[사설]확성기 소음 왜 막지 못하나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17분


사무실이 밀집한 도심에서 집회 시위를 벌이면서 고성능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틀어 놓는 행위는 소음공해 또는 소음폭력이라고 할 만하다. 몇십 명이 모여 데모를 하면서 주변에 여러 개의 확성기를 설치하고 온 동네를 향해 고성방가(高聲放歌)를 한다.

일부 이익단체 혹은 운동가들은 집회 시위를 벌이면서 타인의 업무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에는 불감증에 걸려 있는 듯하다. 집회와 시위의 목적은 어떤 집단의 주의주장을 알리고 권리를 되찾는 데 있을 것이다. 자신의 권리와 이해관계가 중요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권리와 사생활 그리고 영업의 자유도 존중돼야 마땅하다.

소음공해가 견딜 만한 수준을 넘어서 참다 못한 주민과 건물 입주자들이 자구행위에 나서야 할 정도다. 국내외 기업과 외국 공관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세종로 교보빌딩은 연일 계속되는 확성기 시위에 시달리다 못해 법원에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과천청사가 있는 경기 과천시에서는 거의 매일처럼 이익단체들이 몰려와 확성기와 징, 꽹과리를 사용해 인근 학교의 학생과 주민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게 고성능 확성기의 소음이 그치지 않는 것은 목소리 크게 내고 떼쓰면 통하는 사회 현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과도한 소음을 규제하겠다고 공언하고도 여러 해가 지나도록 소음공해를 방치하고 있다.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높은 데시벨(dB)의 주장을 꼭 들어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집회 시위 문화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집시법을 고쳐 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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