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논란이 된 문제들'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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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언어영역 짝수형 17번 문제는 시인 백석의 시 '고향'에 나오는 '의원(醫員)'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그리스 신화 '미노토르의 미궁' 지문에서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시 '고향'에서 시인이 '의원'을 매개체로 고향을 떠올리고 있으므로 '미노토르의 미궁'에서는 그리스 영웅 테세우스를 미궁의 '비밀의 방'으로 연결해주는 매개체인 '미궁의 문'이 정답이라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비밀의 방에는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이 있기 때문에 테세우스가 비밀의 방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매개체인 '실'이 정답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언어영역 이외에 오답 및 복수정답 시비가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사회탐구 인문계 67번과 예체능계 71번, 과학탐구 화학Ⅱ 67번 문제 등이다.

사탐 67번(홀수형)은 지문을 주고 '다음 자료에서 추론할 수 있는 조선 후기 향촌사회의 모습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 평가원은 정답을 ②번이라고 했지만 일부 수험생은 ④번 '사족들은 족보와 종계를 기본으로 향촌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나갔다'는 보기 역시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지문을 통해 답을 고르라고 했기 때문에 정답은 ②번"이라는 입장이다.

사탐 71번은 춘향전과 호랑이 민화를 제시한 뒤 이들 작품이 나온 시대상에 대한 틀린 서술을 고르는 문제. 평가원은 '②관동별곡 사미인곡 등 가사문학이 발달했다'를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①한글소설을 바탕으로 한 판소리가 유행하였다'도 틀렸다는 게 일부 수험생들의 주장이다. 판소리계 소설은 설화→판소리→소설로 발전했지 소설에서 판소리로 발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과탐 자연계 화학Ⅱ 67번은 HCHO, BH3, H2O, NH3 등 4가지의 루이스전자식을 제시하고 옳은 보기를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④번을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일부 수험생은 BH3의 경우 평면삼각형 구조를 갖고 있는지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아 ②번도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과학 교사는 "고교 수업에서 가르치는 내용대로라면 평가원에서 제시한 정답이 맞지만 엄밀히 따지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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