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전경련 회장대행 “수사 빨리 끝나게 도와달라”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54분


강신호(姜信浩)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대행은 20일 오후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를 예방했다. 겉으로는 신임 인사 차원의 방문이었지만 사실상 목적은 대선자금 수사로 관련 기업이 겪는 어려움이 조기에 해소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협조해달라는 것이었다.

강 회장은 이날 오후 4시반경 한나라당사 7층 대표실에서 최 대표를 만나 “재계도 이번에 반성을 많이 했다”며 “혐의 유무를 떠나 기업인들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 자체가 대외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강 회장과 동행한 현명관(玄明官)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빨리 수사가 끝나서 기업들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거들었다.

최 대표의 대답은 조심스러웠다.

“당 입장에선 (검찰에) 어느 정도 선까지 수사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수사가 빨리 될 것이란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에 압박을 가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어법이었다.

강 회장은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도 같은 말을 했다. (송 총장이) 경제에 부담이 되니까 빨리 끝내고 싶다고 그러더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또 앞으로 정치권이 재계에 짐이 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되 재계도 권력의 힘을 빌려 사업을 벌이는 구태에서 벗어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비공개 면담에선 좀 더 적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재계 옹호 발언을 이어갔다.

“투자 문제가 걱정입니다. 우리가 내년 총선에 이겨서 기업들이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정책을 펴도록 하겠습니다.”

강 회장도 비공개 면담에서 검찰의 기업체 총수 소환 조사 때문에 이날 주가가 29%포인트 폭락했다는 주장을 펴며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면 경제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최 대표와 25분간 면담한 뒤 최근의 검찰 수사가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사례별로 정리한 문건을 최 대표에게 전달했다.

한나라당측에선 이날 면담에 주진우(朱鎭旴) 의원과 임태희(任太熙) 대표비서실장 등이 배석했다.

한편 강 회장은 최 대표와 면담한 뒤 자민련 김 총재를 예방했다. 21일엔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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