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내신用… 수능준비 학원서”중고생들 교육부에 쓴소리

  • 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42분


11일 중고교생과 대학생 등 교육 소비자가 참여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간담회에서는 교육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강병기기자
11일 중고교생과 대학생 등 교육 소비자가 참여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간담회에서는 교육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강병기기자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이유는 학원이 학교보다 학생 개개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려하기 때문이죠.”

학부모나 학원 강사의 주장이 아니다. 중고교생이 교육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다.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교육인적자원부 소회의실에서는 중고교생이 교육부 간부들을 질타하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교육부는 사교육의 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교육실수요자인 중고교생 및 대학생 17명을 초청했다.

의례적인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교육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과 질책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서울고 2학년 임대운군은 “학교에서는 내신을 위한 암기 위주의 수업이 이뤄지는데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높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된다”면서 “대학입시제도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임군은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경시대회에서 입상하려면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이상에만 치우친 교육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정책 제안도 내놓았다.

서울 숙명여고 1학년 이진아양은 “제7차 교육과정은 개인의 수준과 능력을 고려한 수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의 학교 시설과 교사 수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무학여고 2학년 오은진양은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꿔야 한다”면서 “수행평가를 실시하거나 자율적 학업능력을 평가하는 것도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이수일 학교정책실장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연말 발표되는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