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감치명령’에 판사 ‘직권남용’ 고소 …“없던일로”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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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사상 초유의 변호사 감치명령을 내린 데 이어 변호사가 판사를 직권남용죄로 검찰에 고소해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 변호사의 고소 취하로 일단락됐다.

재판 진행 방해 혐의로 감치명령을 받은 뒤 담당 판사였던 서울지법 형사7단독 손주환(孫周煥) 판사를 직권남용죄로 고소했던 김용학(金容學) 변호사는 29일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의 변론권을 행사했을 뿐인데 감치명령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까지 돼 억울한 심정이 들었으나 시간이 많이 지났고 감정도 누그러져 고소를 취하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기죄로 기소된 서모씨의 변호를 맡은 김 변호사는 올해 5월 22일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하던 중 손 판사가 질문을 수차례 제지했음에도 신문을 계속했고, 이에 손 판사는 “법정의 존엄과 진행을 저해했다”며 김 변호사에게 10일간의 감치명령을 내렸다.

김 변호사는 감치명령과 함께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으나 즉각 서울지법 항소부에 항고, 다음날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어 손 판사는 서울지법에 “이 사건 재판을 맡지 않겠다”며 재판기피 신청을 냈고 김 변호사도 “공정한 재판이 의심된다”며 재판부 회피신청으로 맞서 갈등의 골이 증폭됐다. 김 변호사는 결국 6월 손 판사를 직권남용죄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원의 변호사 감치명령을 ‘국민의 재판권을 저해하는 행위’로 규정,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변호사 업계와 법원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었다.

아직 항고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변호사의 고소 취하에 대해 변호사와 판사의 대립구도에서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지에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중견변호사는 “변호사가 법원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앞으로 활동에 여러 불편한 점들이 생길 것을 우려, 미리 고소를 취하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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