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서울시 기업형 포장마차 철거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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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제12차 남북장관급회담 1차 전체회의에서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왼쪽)와 김영성 북측 단장이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제12차 남북장관급회담 1차 전체회의에서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왼쪽)와 김영성 북측 단장이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4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주변.

이 일대 도로를 점유한 채 영업하는 ‘기업형 포장마차’를 단속하기 위해 모인 서울시 건설행정과와 중구, 종로구 단속반원들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즉석회의를 열었다.

정보가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단속 날짜와 시간을 결정한 것이 불과 3시간 전인데 단속 상황을 눈치 챈 상인들이 벌써 탁자를 거둬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찰까지 동원한 단속반원들은 이날 단속이 무위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곳을 찾아 동대문 주변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업형 포장마차를 단속해 ‘도로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단속반원과 ‘장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노점상들과의 쫓고 쫓기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오후 8시반경에 도착한 동대문운동장 주변은 말 그대로 ‘노점상의 천국’이었다. 수백개의 노점상이 차도와 인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단속반은 포장마차 6개를 철거했다. 천막지붕을 벗겨내고 의자 등을 들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5분. 상인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김일기(金壹基) 서울시 노점정비팀장은 “며칠 뒤 과태료를 내고 물건을 찾아간 뒤 다시 장사를 하면 된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흥인시장 앞은 더욱 혼란스럽다. 20여개의 크고 작은 포장마차가 1개 차로를 완전히 점거하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교포 등을 고용해 24시간 영업하는 포장마차들.

단속에 동원된 트럭이 이미 철거한 물건들로 가득 찼기 때문에 단속 대신 차도를 점거한 부분을 치우도록 계도했다. 그러나 1시간 뒤 다시 찾은 차도는 탁자와 의자로 가득 차 있었다.

오후 11시경 소공동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집기를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던 포장마차들은 마침내 영업을 포기하고 11시반경 완전히 철수해버렸다.

중구청은 포장마차의 인도 점거를 막기 위해 아예 인도에 대형 화분을 설치했다. 따라서 앞으로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려면 차도를 점거해야 할 형편이어서 단속반과의 더 큰 충돌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형 포장마차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주변 상가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또 작은 규모의 포장마차들이 생계에 위협받고 있지만 일반시민들은 단속반원이 들이닥치면 오히려 불쾌해 했다.

신상철(申相喆) 서울시 건설행정팀장은 “노점 때문에 인도를 뺏기고 차도까지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단속반원을 깡패 취급하는 시민이 많다”며 “시민 스스로 보행권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권종수(權宗洙) 서울시 건설행정 과장은 “사회지도층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서민적이고 정겹게 비치는 것이 문제”라며 “시는 기업형 포장마차가 없어질 때까지 단속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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