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정보통신공학과 졸업여행 대신 수해복구 ‘구슬땀’

  • 입력 2003년 9월 30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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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전대 정보통신전공 3학년생들이 졸업여행 기념사진 대신 수해 자원봉사 발대식 기념사진을 찍고 수해현장에서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대전=지명훈기자
30일 대전대 정보통신전공 3학년생들이 졸업여행 기념사진 대신 수해 자원봉사 발대식 기념사진을 찍고 수해현장에서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대전=지명훈기자
“추억보다는 평생 남는 보람을….”

대전대 정보통신공학 전공 3학년생 33명이 졸업 여행을 취소하고 30일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서 2박3일간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서투른 손을 놀려가며 쉴 새 없이 삽질하고 손수레를 끌며 어장에 쌓인 쓰레기를 치웠다. 질척한 논을 누비며 쓰러진 벼도 세웠다. 전공을 살려 물에 잠겨 ‘먹통’이 된 컴퓨터도 수리했다.

이들이 졸업 여행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달 18일.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려고 모였다가 수재민 이야기로 주제가 옮아갔다.

학생회 총무 박성규(朴聖奎·24)씨는 “학우들이 고통에 빠진 수재민들을 외면하고 제주도로 추억만들기에 나설 수는 없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20일부터 봉사할 지역을 살폈고 26일에는 선발대를 부산과 경남 지역으로 보냈다. 선발대는 경남 남해군으로부터 가옥 70채 가운데 20채 가까이 피해를 보고 대부분 농경지가 물에 잠긴 물건리 대지포마을을 추천받았다.

학생들은 수재민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졸업여행 비용 일부를 봉사활동 체재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대전대가 버스를 제공하고 격려금도 전달하는 등 봉사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대지포마을 주민들이 식사와 숙소를 제공했다.

대지포마을 이장 윤덕열(尹德列·61)씨는 “노인들만 있는 마을에 젊은 학생들이 찾아와 열심히 땀 흘려 도와주니 재기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가 샘솟는다”며 고마워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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