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軍 울릉도 ‘라면 수송작전’

  • 입력 2003년 9월 2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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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울릉도 저동항에 정박한 해군 함정에서 군장병들이 서울 서초구민이 보낸 위문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 울릉군
28일 울릉도 저동항에 정박한 해군 함정에서 군장병들이 서울 서초구민이 보낸 위문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 울릉군
28일 울릉도 저동항에 해군 1함대사령부 소속 200t급 함정이 입항했다. 군함에는 무기가 아닌 생필품이 가득 실려 있었다.

서울 서초구 주민들이 보낸 쌀 6000kg, 라면 1000상자, 휴대용 가스레인지 900개, 세제 3600여점, 고추장 된장 1800kg 등 1억원어치 위문품이었다.

서울의 각 구청들은 태풍 피해지역 주민돕기에 나섰다. 서초구 주민들은 울릉도가 태풍 ‘매미’로 수십년 동안 건설했던 일주도로가 사라지는 등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을 듣고 위문품을 보내기로 했다.

문제는 위문품을 울릉도에 보낼 방법이었다. 서초구는 위문품을 잔뜩 쌓아놓고 고민하다 해군에 도움을 청했다. 해군 1함대사령부는 특별히 함정을 지원했다. 수재민을 돕는 데 해군 함정이 동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울릉도에서 피해가 가장 큰 서면의 정복석(鄭福錫·52) 면장은 “절해고도까지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씨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매미’로 울릉도는 40년 가까운 공사 끝에 완성한 해안선 일주도로 수십km가 유실되는 등 360억원가량의 피해가 났다. 주민들은 “울릉도가 70년대로 돌아갔다”고 말할 정도였다.

큰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관광객도 크게 줄었다. 관광객들은 “주민들이 모두 복구작업에 나서는데 관광하러 가기 민망하다”면서 예약을 잇달아 취소했다. 한 숙박업소 주인은 “예약금 400만원을 모두 돌려줬다”면서 “실제로 1500만원가량 손해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울릉도 일주도로는 일부 구간만 빼고 임시 복구돼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오창근(吳昌根) 울릉군수는 “도로 복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으니 관광객들이 울릉도를 많이 찾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릉=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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