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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1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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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령 강씨(康氏) 종친회가 서울시에 이같이 요청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광교의 교각과 석축으로 사용돼 청계천 복개도로 아래에 묻혀 있는 신덕왕후 묘의 석물(石物·무덤 앞에 세워 놓는 각종 돌 조각)을 지금의 신덕왕후 묘인 서울 성북구 정릉(貞陵)으로 옮겨달라는 내용이다.
신덕왕후 묘의 석물이 광교의 교각과 석축으로 사용된 것은 15세기 초. 태종 이방원은 태조가 승하한 이듬해인 1409년 지금의 중구 정동에 있던 신덕왕후 묘를 도성 밖 지금의 정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1410년 광교를 다시 지으면서 12지신상 등 무덤 주변의 석물을 뽑아 광교의 교각으로 사용했다.
아버지 태조가 강씨 소생인 방석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하자 왕자의 난을 일으켜 왕권을 잡았던 이방원이 계모 강씨에게 복수한 것이었다. 일국의 왕비 무덤을 장식하던 석물이 평민들에게 밟히는 신세가 된 셈이다.
재령 강씨 종친회의 요청에 대해 서울시는 문화재청과의 상의를 거쳐 결정하겠지만 대체적으로 반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광교의 돌은 특정 가문의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어느 문중 종친회의 요구에 따라 이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말경 복개도로 철거 이후 광교 교각 등 석재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복원 방향이 결정되면 신중히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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