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치장 줄이고 세련미 더해 청계천 다리 다시 디자인

  • 입력 2003년 9월 16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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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 들어설 다리가 세련되고 깔끔한 모습으로 다시 디자인된다.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와 시공사인 대림산업 LG건설 현대건설은 최근 청계천 다리 디자인을 수정 설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6월에 발표했던 기본설계안의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한 데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본설계 디자인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된 것은 과도한 장식이 다리 경관을 어수선하게 만든다는 점.

청계천 도입부인 청계1가에 세워질 모전교의 경우 다리 위의 원형 장식물이 청계천의 조망과 시야를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박선우 교수(건축학)는 “삼일교의 삼각형 모양의 난간 장식물은 구조적으로도 의미가 없고 미적으로도 세련되지 못하며 배오개교의 난간은 사람 키보다 높아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청계5가 오간수교의 경우 근처 서울성곽의 취지를 살린다는 의미에서 다리 난간을 성곽 모양으로 장식했지만 이는 오히려 다리 경관을 산만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버팀 기둥과 다리를 철제 케이블로 연결해 상판을 지탱하는 사장교(斜張橋)가 너무 많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본설계안에 따르면 전체 21개 다리 가운데 6개가 사장교.

박 교수는 “사장교는 폭이 500∼1000m인 하천에 어울리는 형식이어서 폭 30m 안팎인 청계천엔 불필요하다”면서 “케이블이 갖는 장식성에 집착해 청계천의 경관을 어지럽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건축가는 “프랑스 센강의 다리도 별다른 장식 없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서 “길이가 짧고 폭이 넓은 청계천 다리를 과도하게 치장하는 것은 진하게 화장한 어린아이 얼굴처럼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고 말했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도 이러한 지적을 수긍하는 분위기. 이에 따라 추진본부와 시공사들은 개별 다리가 차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전체적으로 통일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수정하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은 11월경 마무리될 예정이다.


청계1가와 2가에 각각 들어설 청계천 모전교(왼쪽)와 삼일교의 기본설계 디자인. 모전교 위와 삼일교 난간의 조형물이 장식에 치중돼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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