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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1일 2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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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의 한 시골마을 주민 전원이 설치 미술가로 변신해 화제다. 설치 미술가들과 마을 예술제를 열어온 지 수년 만의 일이다.
‘예술과 마을 2003’이 열린 9일 오후 공주시 신풍면 동원 1리 원골마을. 72가구 250여명의 주민들이 여느 농촌 처럼 쌀 콩 표고 등을 재배하며 사는 마을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낮선 설치미술 작품 100여점이 전시됐다.
마을 초입부터 뒷산 기슭의 정자나무까지 동네를 가로지른 2km 가량의 개울 주변으로 작품들이 설치됐다. 논두렁 농기계 고추밭 흙담 원두막 등이 주요 소재여서 예술과 현실의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 예술제의 기본 주제 그대로 ‘예즉농(藝卽農) 농즉예(農卽藝)’이다.
예술제는 본래 공주에서 국제자연미술전을 열고 있는 미술인 모임인 야투(野投)가 1998년 이 마을을 대상으로 삼으면서 시작됐지만 2000년부터는 주민들이 행사를 아예 넘겨받아 치르고 있다.
올부터는 주민들이 출품한 작품(70%)이 오히려 많고 수준도 초대작가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야투 일원으로 이 마을에 정착한 화가 임동식씨(58·한남대 객원교수)는 “‘거미’ ‘추억의 물레방아’ 등 눈길을 끄는 작품 상당수가 완전한 주민 창작품”이라며 “특히 농업을 소재로 한 작품은 원리를 잘 알고 만들어 예술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작품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예술적 감각이 살아났기 때문. 이장 이춘호씨(41·예술제 운영위원장)는 “한 주민이 얼마 전 행정기관의 폐농기계 수거 행사에 구형 탈곡기(호롱개)를 내다 주려다 동네 사람들로부터 ‘작품이 될지 모르는데 왜 버리느냐’는 질책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치원생부터 80대까지의 주민들이 매년 예술제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서로 묻고 격려하는 사이 세대간의 벽은 허물어 졌다. 출향 인사들도 예술제를 찾아 작품도 출품하고 후원금도 내며 어울린다.
예술제 홍보부장 이성진씨(37·농업경영인)는 “마을 작물을 사고 싶다는 도시 관람객들이 많아 내년부터는 농산물직거래 등 소득 사업도 펼칠 계획”이라며 “이럴 경우 농촌이 예술을 계기로 자립하는 흔치않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예술제는 이달 30일까지 열린다. 041-841-7532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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