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자 명의 車 할부구입 50억臺 해외 되팔아

  • 입력 2003년 8월 10일 18시 35분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10일 급전이 필요한 무직자들의 명의를 빌려 차량 397대를 할부로 산 뒤 이를 곧바로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으로 밀반출한 혐의(사기 및 관세법 위반)로 중고차 수출업자 이모씨(39)와 H자동차 대리점 직원 홍모 차장(38) 등 6명을 구속하고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사채업자로부터 돈이 필요한 사람들의 명단을 넘겨받아 인감증명과 도장을 받은 뒤 할부로 신차를 출고해 원래 가격의 70%선만 받고 수출업자에게 판매, 할부금융회사를 속이고 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홍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무직자들은 자동차 가격의 30%를 ‘대출금’ 명목으로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씨는 할부차량인 줄 알면서도 수출서류를 허위 작성해 신차 가격의 80∼90%에 동남아 등지로 판매한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모집책, 차량 판매 영업사원, 해외 판매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차량을 할부로 구입해 수출해왔으며 이들 차량 가격은 시가 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신용불량자만 아니면 차량을 쉽게 할부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할부금융회사의 방침을 악용했다”며 “이들이 할부금을 갚지 않아 생기는 할부금융회사의 손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으므로 할부 조건을 더욱 엄격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채이자보다 싼 할부금융을 이용하려는 수요와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의 ‘실적 올리기’ 수요가 맞아떨어진 이런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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