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포 아내에게 한국국적을”말기암 한국남편 소원 이뤘다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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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렬씨와 오춘화씨 부부가 5월 25일 서울 조선족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신부 오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충렬씨와 오춘화씨 부부가 5월 25일 서울 조선족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신부 오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죽기 전 아내에게 한국 국적을 얻게 해 6개월 된 딸을 키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며 올 5월 25일 서울 조선족교회에서 중국동포 오춘화씨(30)와 ‘눈물의 결혼식’을 올린 말기암 환자 최충렬씨(38)가 꿈을 이루게 됐다.

7월 1일부터 한중 국제결혼제도가 개선돼 혼인신고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 데다 혼인신고 후 2년을 함께 살아야만 국적 획득 자격을 준다는 국적법도 8월 개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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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환자-조선족처녀 '눈물의 결혼식'

당시 췌장암 말기로 6개월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최씨는 3년을 함께 고생하며 살아온 아내 오씨에게 마지막 선물로 한국 국적을 얻게 해주려고 결심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혼자 남겨질 생후 6개월 된 딸 다연이를 엄마 품에서 자라게 하고 싶었기 때문.

하지만 배우자가 중국을 두 차례 방문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제도 때문에 이들은 혼인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말기암 환자의 몸이라 비행기조차 탈 수 없었던 것.

이를 딱하게 여긴 서울 조선족교회는 5월 ‘눈물의 결혼식’ 행사를 마련해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 선처를 호소했고 마침내 최씨가 직접 중국에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오씨는 “그동안 병든 남편과 어린 딸을 두고 8월에 강제 출국해야 하는 줄 알고 정말 마음을 졸였다”며 “아기만 쳐다보며 매일 울던 남편의 얼굴에 요즘 웃음이 돌아왔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현재 이들은 중국에서 수속을 밟는 데 필요한 서류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최씨의 병세가 날로 악화되는 데다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법무부 담당자는 “최씨의 상태를 고려해 가능한 한 순조롭게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동네 분들이 분유값 기저귀값을 보태 주는 등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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