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강도’ 청와대지시로 경찰청 국장 수사 관여

입력 2003-06-26 18:47수정 2009-09-2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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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00억원대의 금품을 도난당한 김영완씨(50·해외체류) 집 강도사건과 관련해 당시 이대길(李大吉)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김윤철(金潤哲·현 강원 삼척서장) 서대문경찰서 서장에게 사건을 구두로만 보고하고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26일 “최근 서울청과 경찰청의 사건 진상 조사 결과, 이 전 청장의 주도로 사건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처리된 것을 확인했다”며 “경찰청에서 27일 이 같은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 사건은 서대문경찰서 강력2반이 맡았으며 서울청 형사과장(총경)과 수사부장(경무관) 이 전 청장 등이 수사 지휘라인이었다. 경찰은 이 전 청장에게 사건 공개를 하지 말라고 요청한 청와대측 인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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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전 청장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감찰에서 조사를 했다는데 나에게 물어 본 일도 없다”며 “나는 그런 부탁을 받은 일도, 김 서장에게 지시한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또 김 서장은 “이 청장은 뭐라고 하더냐”고 먼저 물은 뒤 “나는 감찰에서 모든 것을 밝혔기 때문에 감찰 결과 그대로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월 김씨 집 강도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이 3개월여 뒤인 7월에 발생한 3인조 강도사건도 상급기관에 서면으로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서대문경찰서가 2차 범행을 신고 받은 것은 사건 발생일인 지난해 7월 6일. 가정부 방모씨(58·여)는 이 사실을 112를 통해 신고했으며 당시 당직 중이던 강력5반에서 출동했다.강력5반은 방씨의 진술을 받은 뒤 지난해 3월 발생한 김영완씨 집 강도사건을 수사 중이던 강력2반으로 사건을 넘겼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100억원대의 강도사건이 발생한 장소에서 또다시 강도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상급기관인 서울청에는 이를 서면으로 보고하지 않았다.

피해품과 관련해 김씨에게 직접 확인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 다르다. 경찰 관계자는 25일 본보 기자에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미국에 있던 김씨가 귀국해 피해품이 없다고 최종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26일에는 “김씨에게서 직접 확인받은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한편 특검 출범 직전인 3월 말 미국으로 출국한 김씨에 이어 부인과 두 자녀도 18∼22일 차례로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은 16일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소환되고 돈세탁 실무자와 양도성예금증서(CD)에 배서한 사람이 잇따라 조사를 받는 등 수사망이 김씨의 돈세탁 혐의로 좁혀오던 시점이다.

또 김씨의 핵심 측근으로 돈세탁을 담당한 임모씨(46)도 특검 수사 전인 2월 말 부부가 함께 해외로 출국했으며 주변에 “정권이 끝나기 전에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김씨가 투자한 회사의 자금담당 이사로 재직하며 CD를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진 허모씨(53)도 이달 중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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