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무원 신발장-세차비-자명종시계…뭐든지 꿀꺽

  • 입력 2003년 5월 23일 18시 39분


《공무원 및 공기업의 향응접대 및 뇌물수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은 다반사이고, 대형 TV와 신발장 휴대전화 자명종까지 상납 받고 심지어 주민세 대납까지 요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머리 같은 상납요구=23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적발된 전북 익산시청 및 S감리단 직원들의 뇌물수수 행태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른바 ‘촌지’를 수시로 챙기는 것은 물론 출장 휴가비조로 ‘뒷돈’을 챙겼고, 심지어 승용차 세차비까지 건설업자에게 떠맡겼다. 대상은 익산시가 발주한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을 수주한 S건설공사.

이날 경찰에 따르면 하수종말처리장 발주 시점인 2001년 1월부터 익산시청 및 감리단 직원 9명이 건설업체로부터 상납 받은 금품은 70여회에 걸쳐 액수로 1억2000여만원어치. 시청직원들은 뒷일을 대비해 수표 대신 모두 현금으로만 상납을 받았다.

준공무원 신분인 감리단 직원들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었다. 이들은 금품과 향응은 물론 사무실 내의 자명종(3만원), 신발장 구입비(8만원), 단장 본사 출장비(100만원), 휴가비(110만원)까지 모두 건설업체에 떠맡겼다. 또 감리단장 차량의 세차비(2만5000원)는 물론 단장이 시청에 들고 갈 선물용 포도(20만원)까지도 건설업체 사장 주머니에서 빼갔다.

그러나 시청과 감리단 직원들의 ‘접대요구’를 견디지 못한 건설업체 사장 기모씨(44)는 공사를 포기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거꾸로 “그동안 접대한 돈을 내놓으라”며 관계자들을 협박하다 소문이 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기씨는 자신이 접대비로 쓴 1억2000여만원보다 3배가량 많은 3억5000여만원을 관계자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 공생관계=공기업의 뇌물수수 행태도 마찬가지. 서울 용산경찰서는 23일 인쇄업체인 S기획으로부터 납품대가로 지난해 3월부터 1년여간 모두 1억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한국전력 과장 이모씨(42) 등 간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부장 이모씨(47) 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금품과 향응은 물론 한전 간부들의 주민세, 휴대전화 구입비까지 대신 내도록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이 확보한 뇌물 목록에는 순금으로 만든 골프공이 포함되어 있고, 한 간부는 3월 S기획 박모 상무에게 자신의 승용차를 수차례에 걸쳐 수리해 줄 것을 요구한 내용도 들어 있다.

이 같은 뇌물 커넥션은 S기획 경리담당 최모씨(28·여)가 회사 공금 1억8000여만원과 뇌물목록을 훔쳐 달아난 뒤 S기획 대표에게 “경찰에 신고하면 뇌물목록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드러났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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