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안전기술공단 파업으로 교량-지하철 안전진단 차질

  • 입력 2003년 5월 22일 18시 49분


코멘트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의 노사 갈등으로 한 달 넘게 파업이 계속되면서 댐, 교량, 지하철 등 국가 주요 시설물의 안전진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4월 14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노조측은 공단에 대해 △노조 인정 및 단체협약 체결 △야간 근로수당 지급 △이사장의 전횡 인사 철회 등을 요구하며 업무를 거부하고 있다.건설교통부 고시에 따라 공단측이 관리하고 있는 국가 시설물은 전국적으로 300여곳. 이 가운데 올해 정밀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대상물은 청평댐, 서울지하철 1∼4호선 일부 구간(29km), 노량대교 등 50여곳으로 파업에 따른 업무 중단으로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의 노량대교. 완공 10년을 맞은 노량대교는 올해 처음 정밀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대상물로 공단측은 5일까지 1차 점검결과를 보고했어야 하지만 파업으로 인해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차량 통행이 계속되고 있다.

방화 참사를 빚었던 대구지하철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 참사 직후인 3월 초 대구지하철공사가 화재현장인 지하철 400m 구간에 대해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했으나 처음엔 현장 보존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반대로, 나중엔 전문인력의 파업 동참으로 정상적인 안전진단이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동호대교는 지난해 7월 25일부터 올 7월 24일까지 안전진단 일정이 예정돼 있으나 파업으로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동호대교의 경우 지금까지의 진단으로 볼 때 교량 상판에 균열이 생겨 이 부위에 대한 적시 보강 보수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해 6월 시작해 올 6월 3일까지 안전진단을 끝내야 하는 서울지하철 1∼4호선의 경우도 “유지관리대책의 부재에다 우기에 대비한 긴급 보수 보강시기를 놓쳐 재난사고 발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파업과 관련해 전국과학기술노조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지부의 강영구(姜령求·38) 지부장은 “공단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응해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국가기간시설의 안전진단을 실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단측은 “간부와 계약직 직원 등이 나서 일부 진단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큰 차질은 없다”며 “법으로 보장된 노조원들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한계를 넘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국과학기술노조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산하 37개 지부의 간부 등 400여명이 참가하는 대(對)정부 규탄시위를 23일 국회 앞에서 벌일 예정이다.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은 성수대교 붕괴 이듬해인 95년 건교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180여명의 직원 중 130여명이 노조에 가입해 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