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4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특검팀이 대북 송금 규모와 과정, 돈의 성격에 대한 규명을 거의 마무리하고 누가 이 사건을 처음 기획하고 주도했는지 등 총체적 책임자 규명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특검팀은 그동안 산업은행, 외환은행, 국정원 관계자 등 대북 송금과정에 개입한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대북송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DJ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소환에 대비해 왔다.
그러나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소환 연기를 요청한 데 이어 20일 소환된 이근영(李瑾榮) 전 금융감독위원장마저 “외압은 없었고 대출금이 북 송금 자금인지 몰랐다”며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가 난항을 겪자 특검팀이 임 전 특보 소환이라는 정면 돌파용 카드를 빼어든 것.
특검팀이 임 전 특보 등 DJ 정권 핵심부를 먼저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정 회장 등 핵심관계자들의 ‘입’을 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정 회장 등은 현대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대북사업 과정에서 DJ 정권 핵심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들에게 불리한 진술은 꺼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검팀이 ‘선(先) 사실규명, 후(後) 일괄 사법처리’라는 당초 방침을 깨고 20일 이 전 위원장 긴급체포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22일 소환될 임 전 특보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팀 관계자가 이날 “이런 상황(긴급 체포)이 온 것이 부담스럽지만 수사 방법상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통치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온 DJ의 핵심 측근인 임 전 특보가 특검팀의 강공에 굴복해 ‘입’을 열게 될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더욱이 임 전 특보에 대한 사법처리가 DJ정권의 다른 핵심인사들에 대한 신병처리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특검팀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결국 이 전 위원장에 이어 임 전 특보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특검팀이 DJ 정권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