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지하철공사 사장 또 '낙하산'

  • 입력 2003년 5월 15일 2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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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고 유능한 사장 맞나….’

대구시가 지하철 방화 참사 이후 자리가 비어있는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에 시 고위 간부를 지낸 인사를 임명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지하철 방화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윤진태(尹鎭泰) 전 대구지하철공사 사장후임으로 이 훈(李 薰·62) 전 대구시운수연수원 원장을 14일 선임했다.

이씨는 대구 동구 총무국장과 시 보건환경국장, 달서구 부구청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씨는 대구지하철공사 사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의해 다른 1명의 공직자 출신 후보자와 함께 복수로 추천됐으며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이 위기관리능력 등을 감안,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번 지하철공사 사장 공모에 응모한 8명을 대상으로 7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서류와 면접 심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씨의 경우 공직기간 중 행정경험은 있으나 경영능력과 조직 장악력 등 공기업 사장으로서의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지하철공사 사장직 수행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하철공사의 경우 만성적인 적자를 내고 있는데다 지난 2월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방화 참사를 수습하고 조직분위기와 기강을 새롭게 해야 하는 점을 감안, 공무원 출신의 인사보다는 자질이 검증된 전문 경영인 출신을 선출하는 게 바람직 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역대 3명의 대구지하철 공사 사장은 모두 대구시 고위 간부를 지낸 인사들이 임용됐다”면서 “이번에는 참신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지하철공사 사장으로 임용될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전 관행에서 한 치도 벗어 나지 못한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지하철 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 공사 사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의 심사위원에 대구시 고위간부를 지낸 인사와 시 산하단체인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의 연구원이 들어 있는 점으로 미뤄 추천위의 심사 과정에 시의 입김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역 공직사회에는 이번 임용과정을 놓고 ‘가재는 역시 게편이군’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구지하철 공사 사장 공모에는 전직 대기업 경영인(CEO) 출신 2명을 포함, 현직 대학교수 3명, 전직 공군장성 출신 1명 등 전문성을 갖춘 인사 8명이 지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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