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영어 이젠 ‘검증된 교사’에게 배우자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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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가 미국 오리건대와 공동 개설한 TESOL 과정 학생들이 외국인 교수의 영어 강의를 듣고 있다. -전영한기자
한양대가 미국 오리건대와 공동 개설한 TESOL 과정 학생들이 외국인 교수의 영어 강의를 듣고 있다. -전영한기자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능력 있는 강사가 부족한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별도의 훈련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내 대학들이 수년 전부터 영어권 국가의 대학들과 손잡고 운영하는 영어교육자 양성 과정인 TESOL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TESOL이란=‘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로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들을 위한 효과적인 교수 방법을 연구, 개발하고 이 과정을 통해 영어 전문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에 다양한 과정이 개설돼 있다.

이 과정을 거친 국제TESOL협회 회원은 현재 2만여명에 달하며 매년 각 지역과 나라별로 열리는 학회에서는 영어 교육의 이론과 실제, 교수방법 등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 등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해마다 1000여명의 TESOL 프로그램 이수자를 배출하고 있다. 졸업 후에는 국내 사설 어학원 강사, 초등학교 특기적성교육 영어강사, 기업체 영어교육연수 담당자 등으로 취업할 수 있으며 초중고교 영어교사들도 실력 향상을 위해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운영 대학=숙명여대는 199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메릴랜드대와 손잡고 TESOL 과정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원 수준에 해당하는 2학기 과정을 5개월 집중과정으로 편성했으며 전공 4과목과 영어 1과목, 선택 1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성균관대는 1999년부터 미국 조지타운대와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매년 조지타운대에서 2명의 교수를 파견해 성균관대 교수진과 함께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교육기간은 22주.

한양대는 2001년부터 미국 오리건대와 함께 21주 과정의 TESOL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건국대와 단국대도 각각 미국 일리노이대, 조지메이슨대와 협력해 이 과정을 시작했다.

한국외국어대는 외국 대학과 제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TESOL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중이다. 이 밖에 아주대는 미국 위스콘신대와, 가톨릭대는 올해부터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손잡고 TESOL 과정을 도입했다.

▽모집 방법=각 대학이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한다. 숙명여대는 올해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을 포함해 336명을 모집한다. 일반전형은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를, 특별전형은 현직 영어교사나 4년제대 졸업(예정)자 중 토익 및 토플성적 우수자, 영어권 국가 대학 학위 취득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성균관대는 자체 개발한 입학시험을 거쳐 15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며 한양대는 영어 인터뷰와 토플 형식의 필기시험을 거쳐 180명을 모집한다.

한국외국어대는 석사과정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는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고 내년 전반기에 선발하며 별도의 연구과정은 6월경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토익과 토플 점수는 각각 530점, 730점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석사과정만 모집하는 단국대의 경우 토플 550점, 토익 800점 정도를 요구한다.

▽유학시 학점 인정=TESOL 과정을 모두 거치고 시험을 통과하면 ‘영어교사 자격증(TESOL Certificate)’을 받는다. 이수 신청자는 크게 국내 학교나 학원에서 영어 교사나 강사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과 해외 유학 준비생 등이 많다. 유학 준비생의 경우 대학마다 해외 유명대학과 학점인정 협정을 맺고 있어 이들 대학으로 유학가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숙명여대는 메릴랜드대 뉴욕대 펜실베이니아대 템플대 등 협력 대학에 유학할 경우 12학점을 인정받는다. 한양대는 오리건대 템플대 아이오와대 유타대 콜로라도주립대 등 10여개 대학에서 국내 이수 학점을 인정받는다. 성균관대도 조지타운대 뉴욕대 등에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TESOL과정 개설 대학 전형일정
대학원서접수(전형일) 연락처
성균관대5.22∼26(5.31)www.skku.edu/tesol 02-760-1317
한양대5.12∼20(5.24) tesol.hanyang.ac.kr 02-2290-1774
한국외국어대6월 공고(연구과정) www.hufs.ac.kr 02-961-4351
숙명여대5.5∼9(5.17) tesol.sookmyung.ac.kr 02-710-9776
건국대5.12∼22(5.24) www.konkuk.ac.kr 02-450-4171
단국대6월 공고 www.dankook.ac.kr 02-709-2745

TESOL 유학 관련 정보 사이트
기관 홈페이지
아낌없이 주는 영어나무 www.englishtree.com
ESL리서처 www.eslresearcher.org
유학세계 www.studyworld.net
해커스 아카데미아 www.gohackers.com
스터디 어브로드 www.studyabroad.com
문화교육 www.munwha.net
이호 홈페이지 www.tesol.pe.kr

▼전문가 기고/황선혜▼

어떻게 하면 자국민의 영어 구사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인지가 국가 차원의 관심사가 됐다. 우리나라도 세계화에 목표를 두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치고 있고 영어 조기교육 붐마저 일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외국의 영어교육기관이나 영어교재가 봇물 터지듯 국내로 들어와 학원가와 대형 서점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학부모들은 언제부터, 어디서, 누구에게서, 어떤 교재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흔히 ‘영어교육’이라고 하면 단순히 말만 배우는 것으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영어교육도 ‘교육’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어교육을 통해 적용, 분석, 종합, 평가와 같은 정신 기능을 신장해 창의력을 키우며 추론적, 비판적 독서능력을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영어교육이 의사소통 능력만을 키우자는 것인지, 아니면 교육으로서의 중요한 가치도 인정하자는 것인지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말하자면 ‘아무나’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내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가, 내 아이가 검증되지 않는 거친 바다에서 미숙한 파도타기를 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어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영어교사가 아이들을 세계인으로 기를 수 있을 만큼 열린 마음으로 훈련을 받고,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고, 충분한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추고, 다른 과목과 연계해 통합교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에서는 숙명여대가 1997년 영어교사 교육과정인 TESOL 과정을 도입한 이래 여러 대학이 이 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 과정은 영어가 세계인의 언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는 영어교육을 영어권 국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영어 사용에 따른 문화적인 배경이 영어권 국가에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의 교육도 세계화해야 하며 따라서 외국인과 함께 다양한 교육과정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TESOL 과정을 밟는 학생들은 모국어처럼 영어를 또 하나의 언어체계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경험세계를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다. 우리 문화를 영어라는 그릇에 담아보기도 한다.

영어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들의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은 역시 교사 교육이다. 제대로 된 교사가 양성되면 상당수의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때까지 우리 아이들은 위험한 파도타기를 하며 씨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황선혜 숙명여대 TESOL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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