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는모습 찍은 비디오있다" 고속道 순찰대에 금품요구 협박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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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경찰관들이 단속 과정에서 뇌물을 받는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이를 미끼로 경찰관 11명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0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남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 6지구대 부대장 앞으로 24일 협박편지와 함께 교통 경찰관들이 돈을 받는 장면이 찍힌 비디오테이프가 배달됐다.

이 테이프에는 1997년 말부터 2000년 초 사이 6지구대에 근무했던 경찰관 11명이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5000∼1만원을 받는 장면과 이들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범인은 비디오테이프와 동봉한 협박편지에서 “이 자료를 언론사 등에 팔게 되면 경찰공무원 전부가 타격을 입고 6지구대는 초토화될 수 있다”며 “돈이 목적인 만큼 적당한 가격을 주면 팔겠다”고 말했다.

30, 40대로 추정되는 범인은 지난해 12월 6지구대 부대장이던 A경위(40)에게 “돈을 보내지 않으면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편지를 보낸 뒤 전화를 걸었으나 반응이 없자 이번에 협박편지와 함께 비디오테이프를 보낸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우편물 봉투에는 ‘서울 대치 우성’이라는 소인이 찍혀 있었다.

최근 일선 경찰서로 자리를 옮긴 A경위는 “지난해 말의 편지와 전화가 본인과 관련이 없는 데다 내용이 황당해 무시했으나 비디오테이프가 배달돼 즉각 경남경찰청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은 비밀리에 일주일 동안 자체조사를 벌인 뒤 이날 이 사건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범인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6지구대에 근무했던 B경장(37)에게도 지난해 9월 이후 12월까지 4차례 협박편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협박편지에는 “자료를 보내 줄 테니 경찰관 한 사람당 1000만원씩을 내 놓으라. 확실한 답을 주지 않으면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하고 인터넷에도 띄우겠다”고 적혀 있었다.

B경장은 편지에 남아있는 지문까지 감식했으나 범인의 신원파악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B경장은 범인의 협박에 응하지 않았으며 경남경찰청의 진상 조사가 시작된 후 보관해 오던 협박편지 4통을 제출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비디오테이프에 얼굴이 나오는 경찰관들은 ‘단속을 하며 5000∼1만원을 받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단속과정에서 돈을 받았더라도 징계시효(3년)는 지났다”며 “이들에 대한 형사입건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이 차량 조수석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고 단속을 유도한 뒤 돈을 주고받는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보고 신원추적에 나섰다. 또 관련 경찰관들이 개별적으로 범인과 접촉했거나 돈을 건넸는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경남경찰청은 협박 편지를 일부만 공개하고 범인이 보낸 비디오테이프는 공개하지 않아 진상규명 의지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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