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 힘겨루기’에 학사大亂 우려

  • 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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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을 둘러싼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일선 학교들이 학사업무 처리에 차질을 빚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4월 말∼5월 초에 치러지는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일부 학교에서는 성적 처리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지만 교육부에서도 별다른 지침이나 안내가 없는 실정이다.

NEIS 체제에서는 교사가 성적을 입력하면 시스템에 의해 석차 산정 등 성적 처리가 자동으로 되지만 일부 전교조 교사들이 NEIS 인증서를 폐기한 상태여서 성적 입력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인증서를 폐기한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의 성적을 인증서를 가진 교사가 대신 입력해 성적을 산출하거나 아예 전체 성적을 수기로 작성하는 등 편법을 강구하고 있다. 또 수행평가 성적 등이 입력되지 않아 전체 학생의 성적 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성적 처리뿐만 아니라 일반 학사행정 처리에도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많다. 서울 K고는 외부 장학재단에서 3학년 장학금 수혜 대상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3학년 학생들의 자료가 입력돼 있지 않아 2학년 때 자료를 복사한 뒤 ‘3학년’이라고 표기해 보내기도 했다.

S고는 올 신입생 520여명 가운데 12명이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학생’으로 남아 있다. 출신 중학교에서 NEIS에 학생들의 자료를 입력하지 않아 이들의 신상 자료를 넘겨받지 못했기 때문.

전체 교사의 60%가 NEIS 인증을 거부한 또 다른 K고에서는 학생들의 출결 상황을 옛날처럼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

고3 진학담당 교사들은 6월3일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1학기 수시모집에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 차질이 생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교조는 종전의 학교종합행정시스템(CS) 자료를 출력해 제출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CS를 쓰지 않는 학교가 많아 자료 출력이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교육부는 “30일까지 CS와의 호환을 차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학교에 내려보낸 상태다.

이에 따라 전교조도 29일 “더 이상 NEIS를 둘러싼 대립이 계속되어서는 학생의 피해가 너무 커 건국 이래 초유의 학사대란이 우려된다”며 “NEIS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한 뒤 여론조사를 해 시행 여부를 결정하자”고 교육부에 제안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전교조가 그동안 광고와 기자회견,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NEIS에 대한 허위 사실과 잘못된 정보를 학부모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안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서울 S고의 교무부장은 “교육부와 전교조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양측이 서로 마음을 비우고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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