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뒤집힌 경찰인사

  • 입력 2003년 3월 29일 0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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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26일 발표한 치안감급 전보인사가 발표 이틀만인 28일 대통령 결재 과정에서 뒤바뀌어 배경을 둘러싸고 ‘인사 외압설’ 등 뒷말을 낳고 있다.

경찰청은 요직인 경찰청 수사국장 직무대리에 최광식(崔光植) 경무관을, 경찰혁신기획단장에 김중겸(金重謙) 치안감을 내정, 발표했다가 이날 오후 갑자기 두 사람의 보직을 교체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8일 오전부터 경찰청 내에서는 “두 사람의 보직이 바뀐다더라. 누군가 문제 제기를 강하게 했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돌았다. 그러나 경찰청 인사과는 이날 오후까지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어디서 그런 소문이 도는지 우리도 모르겠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문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가 배포되면서 사실로 판명됐다.

경찰청 인사과는 당초 입장과는 달리 “원래 수사전문가인 최 경무관을 수사국장으로, 자치경찰분야의 전문가인 김 치안감을 경찰혁신기획단으로 임명해 전문성을 살리려 했으나 경찰 직제상 계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보직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수사국장 자리는 경찰 직제상 대통령령으로 ‘치안감 또는 경무관 등으로 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은 “전문성을 중시하다보니 계급에 대한 고려를 못한 내 실수”라며 “오늘 오전 결재 서류를 올릴 때 수정해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청장의 해명이 사실이라도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가 너무 무성의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인사 외압설마저 나돌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까지 진상 파악을 위해 결재 서류를 확인하려 했으나 할 수 없었다”고 말해 이날 오후까지 서류가 수정된 사실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최 청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오늘 오전에 수정된 결재 서류를 올려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이틀 전에 행정자치부 장관, 대통령 보고까지 마치고 언론에 발표한 인사가 그렇게 간단히 뒤바뀔 수 있는 것이냐”며 “외부 영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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