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위험한 공사판에 아들 딸 보내라니요”

  • 입력 2003년 3월 4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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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백석초등학교가 교실신축 공사를 마무리짓지 않은 채 개교한 데 대해 학생과학부모들이 등교를 거부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공사 중인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며 개학날인 3일부터 자녀들의 등교를 막았으며 사태 해결을 위해 4일부터 6일까지는 임시 방학에 들어가기로 학교측과 합의했다.

학부모와 학교측에 따르면 백석초등학교는 본래 학년당 7학급씩 모두 42학급 규모를 계획했으나 주변 지역의 아파트 입주 계획에 따라 우선 24학급으로 축소, 3일 개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년 일정의 공사가 지난해 6월에야 시작돼 현재 전체 공정이 70%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생들이 당장 공부할 교사(校舍·본동) 조차 복도 창문의 섀시는 물론 화장실 변기 등도 일부만 설치돼 있을 정도로 시설이 완비되지 않은 것.

단계적으로 추가 인원을 수용할 교사(별동)의 경우 공사 진척율이 더욱 더딘데다 아직 공사 차량들이 들락거리는 상태여서 등굣길 학생들의 사고 위험도 높다. 학교 운동장은 아직 토목공사조차 착수하지 않았고 공사 자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안전모를 쓴 성인 인부도 위험천만한 ‘공사장’에 어떻게 어린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느냐”며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 당국은 개교를 앞두고 안전 조치를 했으니 안심하고 자녀를 보내달라는 통신문까지 보내 학생과 학부모를 우롱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안시교육청측은 미봉책이기는 하지만 안전 조치를 취한 뒤 백석초등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인근 환서초등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의 방안을 학부모측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태는 5일 입학식과 함께 개교하는 백석중(12학급 규모)도 사정이 비슷해 등교거부 사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천안에서는 이들 학교를 비롯해 모두 7개 초중학교가 준공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될 전망이어서 적법성 논란도 예상된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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