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고장 축전지 방전탓

  • 입력 2003년 3월 2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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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전동차 고장사고는 보조 전원장치인 축전지가 방전됐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 안전관리실과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시 감사관실은 2일 “사고 전동차의 속도기록 테이프 등을 분석한 결과 축전지가 방전되는 바람에 열차를 움직이는 주 전원장치의 전력 공급도 끊겨 열차가 멈춰선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감사관실은 전동차에 공급되는 전류(1500V)가 순간적으로 정상 수준을 벗어나면서 축전지 차단기가 훼손돼 축전지가 방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 원인이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 때문인지, 축전지 자체 결함 때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감사관실은 또 사고 자체가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닌데도 전동차 운행이 40여분이나 전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커진 것은 기관사와 사령실 관계자 등의 미흡한 초기 대응이 원인이 됐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사고 전동차인 2085호 기관사 이모씨는 당시 기관실 계기판을 통해 축전지가 방전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도 계속 운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운행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2085호 기관사는 1993년부터 승무업무를 맡은 베테랑”이라며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는 이상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전지가 방전되면 출입문을 여닫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실내등이 모두 꺼지며, 무전기도 전동차 본체에 연결돼 있어 사령실과의 무전교신이 불가능하게 된다.

박기형(朴基亨) 시 감사관실 기술조사팀장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가려내기 위해 3일부터 기관사와 사령실간 교신내용을 본격 조사할 것”이라며 “원인과 책임 소재가 드러나면 지하철공사에 관련자의 징계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서울지하철 1∼4호선에서 일어난 전동차 운전장애 및 사상(死傷)사고는 모두 6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분 이상 전동차 운행이 지연된 운전장애는 10건이었다. 사상 사고는 공사 직원들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 27건, 승객의 투신 등 여객 사상사고 24건이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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