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부상자들 환청에 시달려

  • 입력 2003년 2월 21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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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들도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1일 대구시내 병원과 부상자 가족 등에 따르면 비교적 경미한 부상으로 입원 중인 사람들도 상당수가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아직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환청과 이명(耳鳴) 등에 시달려 진정제를 계속 먹고 있는 환자도 많다. 입원 중인 환자들은 대부분 독한 연기를 들이마셔 인두 후두 등이 손상돼 호흡에 곤란을 겪고 있으며, 심한 경우 폐까지 손상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불이 난 전동차의 맞은 편 전동차에 타고 있다 문이 열리지 않아 대피가 늦었던 안승민씨(34·대구 동구 효목동)는 “밤에 자다가 경련을 일으켜 잠을 몇 번씩 깬다”며 “평생 다시는 지하철을 타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한봉인씨(23)는 “눈만 감으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려 잠을 이룰 수 없어 수면제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구를 못 찾아 헤매는 바람에 독한 연기를 마시고 정신을 잃은 최모씨(34·대구 남구 봉덕동)는 목을 심하게 다쳐 아직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부인 안모씨(32)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하지 못할 정도로 목소리가 안 나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영남대 병원 의사 이상희씨는 “기관지 내에 먼지나 재가 가득 차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퇴원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나 저산소증, 천식이 올 수 있다”며 “이런 환자의 경우 찬공기에 노출되면 호흡기 곤란이 올 수 있고, 스트레스 증후군을 방치하면 심한 정신장애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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