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아내 실종…“그때 입원 시켰으면…”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47분


“범인 김대한씨가 병원에서 행패를 부릴 때 적극 나서서 입원만 시켰더라면 아내를 잃지는 않았을 거예요.”

대구 M병원 원무계장 이모씨(36)는 10여일 전 범인 김씨를 제지하지 못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이씨와 범인 김씨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2001년 4월. 당시 김씨는 M병원에서 3개월간 뇌중풍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18일 사고를 일으키기 직전까지도 통원 치료를 받았다. 이달 8일 오후 3시경 병원으로 찾아온 김씨는 ‘병원에 불을 지르겠다’며 갑자기 난동을 벌였다. 이씨는 직원들과 함께 김씨를 말리다 주먹으로 얼굴을 얻어맞았다.

지하철 방화 참사 당일 이씨는 김씨가 방화사건 용의자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더 경악스러운 소식은 이날 오후에 들려왔다. 친구를 만나러 나간 부인이 실종된 것.

부인 박모씨(36)는 이날 오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의 학용품을 사주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 오전 9시40분경 시내에서 같이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칠성역에서 지하철을 탔다”는 내용의 마지막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이날 하루종일 부인을 찾아 시내 병원을 뒤졌지만 허사였다. 휴대전화 추적 결과 부인의 전화 발신지는 중앙로역에서 끊겨 있었다. 악연인 김씨의 범행에 부인이 희생된 것.

이씨는 “방화 용의자 김씨가 3, 4개월 전부터 성격이 포악해졌다”며 “뇌중풍 영향으로 정신적으로 이상이 생긴 것으로 판단해 가족들에게 정신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게 해 보라고 몇 차례 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병원에서 싸울 때 김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좀 더 강하게 권유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며 울먹였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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