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강릉 '길거리 카페' 아세요?…커피 한잔에 300원

  • 입력 2003년 2월 17일 2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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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길거리 카페를 아시나요’

강원 강릉시 견소동 안목항 인근 ‘길거리 카페’가 수년전부터 알음알음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길거리 카페는 건물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200m 해변에 놓여진 30개의 커피자판기를 일컫는 것.

길거리 카페의 특징은 자판기마다 커피의 농도와 맛이 틀리며 이로 인해 각자 자판기마다 단골손님이 있다는 것. 자판기에는 조그만 글씨도 쓰여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힘내세요’ ‘사랑하는 연인과 즐거운 시간이 되세요’ ‘귀하께서는 저의 소중한 단골손님입니다’

IMF 경제환란 직전인 지난 96년 가을에 처음으로 등장, 최근 30개로 늘어난 길거리 카페자판기에는 요사이 매일 1000여명이 찾아와 한잔에 300원하는 커피를 빼먹으며 ‘경제적인 만남의 기회’를 즐기고 있다.

이곳의 장점은 바닷가 옆에 차를 세우고 파도소리와 함께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점. 연인들의 경우, 데이트 비용이 ‘두잔의 커피값’인 600원이지만 만족도는 1만원을 넘는다는 게 찾는 이들의 설명. 낮에는 친구들과 부부 사이, 밤에는 연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길거리 카페에는 요즘 IMF 경제환란 직후 이곳을 찾았던 서울 등 수도권 실직자들의 모습도 다시 보인다. 실직의 고통을 벗어난 이들이 차 한잔으로 쓰디쓴 아픔을 달랬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이곳에 커피자판기를 설치한 김철기(金哲起·46)씨는 “자판기를 설치한 상인은 모두 16명이며 각자 최상의 커피 맛을 내려고 각자 노력하고 있다”며 “해변이 보이는 이곳에서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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