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로 15년형을 선고받고 5년째 충북 청주교도소에서 복역중인 Y씨(40). 그는 1월29일 서울 송파구 민원봉사과로 편지를 보내 참회와 속죄의 마음으로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1일에는 1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중인 K씨(43)가 개과천선(改過遷善)의 기회로 삼겠다며 장기기증 신청서를 송파구로 보냈다.
송파구에 갖가지 사연이 담긴 장기 및 시신 기증신청서가 봇물 터지듯 밀려들고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말 민원봉사과에 장기기증 등록창구를 개설한 이후 불과 한 달여만에 무려 330여건의 기증서약 신청이 접수된 것.
지난 10년 동안 장기를 기증한 송파구 주민이 182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만에 20년치의 기증자를 모집한 셈이다.
현재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된 전국의 장기기증 등록기관은 112곳으로 이 중 104곳이 병원이다. 송파구 전하철 민원기획계장은 “등록기관 대부분이 병원이어서 일반인이 쉽게 기증의사를 밝힐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민원실에 기증 창구를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증 신청 330여건 중에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일가족 4명이 포함돼 있는 등 송파구 직원이나 주민이 아닌 경우도 20여건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는 3월 중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송파구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만들어 장기기증 서약자에게 호적 및 주민등록 등초본 무상 발급, 보건소 진료비 면제, 기증 이후 장례비 지급 등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구는 또 접수 창구를 관내 28개 동사무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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