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장기기증 창구 “사랑이 만발”

  • 입력 2003년 2월 2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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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있을 때는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살았습니다. 나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과 사회에 조금이나마 속죄하고 싶습니다.”

살인죄로 15년형을 선고받고 5년째 충북 청주교도소에서 복역중인 Y씨(40). 그는 1월29일 서울 송파구 민원봉사과로 편지를 보내 참회와 속죄의 마음으로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1일에는 1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중인 K씨(43)가 개과천선(改過遷善)의 기회로 삼겠다며 장기기증 신청서를 송파구로 보냈다.

송파구에 갖가지 사연이 담긴 장기 및 시신 기증신청서가 봇물 터지듯 밀려들고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말 민원봉사과에 장기기증 등록창구를 개설한 이후 불과 한 달여만에 무려 330여건의 기증서약 신청이 접수된 것.

지난 10년 동안 장기를 기증한 송파구 주민이 182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만에 20년치의 기증자를 모집한 셈이다.

현재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된 전국의 장기기증 등록기관은 112곳으로 이 중 104곳이 병원이다. 송파구 전하철 민원기획계장은 “등록기관 대부분이 병원이어서 일반인이 쉽게 기증의사를 밝힐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민원실에 기증 창구를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증 신청 330여건 중에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일가족 4명이 포함돼 있는 등 송파구 직원이나 주민이 아닌 경우도 20여건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는 3월 중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송파구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만들어 장기기증 서약자에게 호적 및 주민등록 등초본 무상 발급, 보건소 진료비 면제, 기증 이후 장례비 지급 등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구는 또 접수 창구를 관내 28개 동사무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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