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이름없는 톨게이트…준공 6년째 간판 못정해

  • 입력 2003년 1월 24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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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도로 하행선인 전남 순천시 주암면 요곡마을 톨게이트가 준공된지 6년이 지났으나 이름을 갖지 못해 ‘유령 톨게이트’로 불리고 있다.

톨게이트 출입구 지붕에 명칭을 알려주는 간판이 설치되지 않은 탓에 외지 운전자들은 매표소 직원에게 행선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1996년 12월 호남고속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영업을 시작한 이 톨게이트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식 명칭이 없는 것은 국내 삼보 사찰 중 하나인 송광사와 주암면민들간의 갈등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측은 영업 시작 당시 ‘송광사’로 명칭을 정하고 간판을 내걸었으나 주암면 주민들이 명칭 변경을 주장해 마찰이 빚어지자 민원이 야기될 것을 우려해 97년 2월 간판을 내린 뒤 지금까지도 이름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암면 주민들은 “전국 고속도로의 97%가 해당 지역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관광지도에도 ‘주암 IC’로 표기됐다”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주암댐을 알리기위해서라도 명칭을 ‘주암’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광사측은 “이 톨게이트를 이용하는 차량의 30% 정도가 사찰을 찾고 있다”며 “해인사, 통도사, 백양사, 금산사 등 전국의 다른 톨게이트도 지명이 아닌 명산대찰의 이름을 딴 만큼 주민들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로공사측은 어느 한쪽편을 들어주지 못해 난처해 하고 있다.

도로공사 호남지역본부는 지난해 순천시와 주암면에 공문을 보내 의견수렴을 요청했으나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호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주암과 송광사가 모두 들어가는 영업소로 명칭을 정할려고 했으나 면민들은 ‘주암·송광사’로, 사찰측은 ‘송광사·주암’으로 해줄 것을 고집해 이마저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순천=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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