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음주운전자 대부분 낙관파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10분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은 교통사고나 단속은 ‘과소평가’하고, 음주단속 같은 불행한 일은 자기에게 생기지 않으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혈중알코올농도 0.05%에 해당하는 음주량과 음주운전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음주량과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영남대에서 열린 한국심리학회 심포지엄에서 중앙대 심리학과 최상진(崔祥鎭) 교수팀이 발표한 ‘음주운전 결정요인’에 관한 논문에서 밝혀졌다. 연구팀은 서울 대전 울산 지역의 남녀 음주운전 경험자 136명(평균나이 35세, 운전경력 7년)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상황 및 이유 △가장 걱정했던 부분 △음주운전을 했을 때 느낌 등을 심층면접 했다.》

▽‘어림짐작’ 의사결정〓음주 후 운전을 결정할 때 이들은 ‘술을 마신 후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술이 깼을 것이라고 생각’ ‘차를 두고 가면 다음날 불편’ ‘술을 몇 잔 안했기 때문’ ‘집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멈’ 같은 요인을 가장 중요시했다.

음주운전자들은 ‘발생했을 때 피해는 크지만 음주운전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사고나 단속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에 차를 놓고 갔을 때의 확실한 불편함을 더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했다.

연구팀은 “음주 후 운전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때 음주운전자들은 관련 정보를 합리적으로 계산하기 보다는 ‘어림짐작’으로 상황판단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음주량 착각〓‘음주단속에 적발되지 않고 운전에 위험하지 않은 적당한 술의 양은 얼마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해 응답자들은 대부분 ‘소주 4.65잔, 맥주 2.88잔은 괜찮다’고 답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에 따른 ‘괜찮은’ 음주량은 성인남자(몸무게 60㎏기준) 경우 맥주 1.5잔이 0.53%, 소주 2잔은0.47%에 해당돼 음주운전자들은 음주량 한계허용치보다 2배 가량 과대평가했다.

‘맥주 2잔, 소주 4잔을 마신 뒤 어느 정도 지나면 술이 깰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맥주는 2시간 24분, 소주는 3시간 27분’으로 답해 기준치보다 40분∼1시간 가량 ‘짧게’ 인식했다. 연구팀은 “음주운전자들은 음주량과 음주 후 깨는 시간을 ‘주관적 느낌’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이라고 밝혔다.

▽눈앞의 이익 추구〓음주운전자들은 대체로 ‘나는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택시비나 대리운전비 같은 비용발생, 다음날의 불편함, 집과의 거리 등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음주운전을 하고서도 사고나 단속을 경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 ‘눈앞의 이익’을 더욱 강화시킨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음주운전을 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사고발생 가능성을 1순위로 꼽은 운전자는 조사대상자 가운데 1.5%에 불과했다. 또 ‘음주운전을 하면 주위에서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 운전자는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많은 운전자들이 음주운전을 하면서도 직접 교통사고나 단속을 경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음주운전 의사결정에 어림짐작이 개입한다”며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음주운전감소대책과 음주운전경험자 대책을 구분해 어떤 경우에 운전을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를 본인이 정확히 알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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