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중국뚫기 비법 후학에 전수할 터

  • 입력 2002년 12월 16일 21시 17분


“20년 앞을 내다보면서 중국(中國)이라는 거대한 대륙과 대결해야 합니다.”

3월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중국학 교수로 부임한 신주식(申柱植·53·사진)씨. 대기업 임원에서 교수로 변신한 지 10개월만에 일약 ‘최고의 중국통’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 의성 출신인 신 교수는 지난해 12월까지 제일제당 중국본부장(부사장급)으로 일했다. 장고(長考) 끝에 사표를 내고 대학에 들어온 것. 대구가톨릭대는 신 교수 ‘모셔오기’를 위해 2년 동안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고향에서 꿈을 펴보고 싶었어요.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앞으로도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우리가 중국을 너무 모르는 게 아닌가 합니다.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우리나라 발전의 토대로 삼으려면 중국을 정확하게 아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경북중을 졸업한 그는 고려대 상대를 마치고 80년부터 삼성물산 싱가폴 지점을 시작으로 28년동안 삼성물산 대만지점장 삼성그룹 중국본부 전략기획실장 베이징 지점장 등을 맡으면서 중국에 대해 ‘생생하고 치열한’ 현장감각을 익혔다. 96년 대만 쩡즈(政治)대학에서 중국의 개방정책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 그는 중국 베이징대와 칭화(淸華)대의 MBA과정에 중국어로 강의를 해 상당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예로부터 중국인들을 동작과 의사결정이 늦다는 이유로 ‘만만디’라고 하지만 더 이상 현실이 아닙니다. 중국의 간부공무원들은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면 굉장히 빨라요. 중국인의 ‘두 얼굴’을 잘 파악해서 대처해야 합니다.”

신 교수는 10개월동안 대학교수 직함을 박은 명함을 2000장이나 돌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증거다. 그에게는 ‘청년의 열정’이 넘친다. 서울의 명문대학에서도 그의 중국이야기를 들으려는 초청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기업 8만여개가 중국에서 경쟁하다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해있는 우리나라 기업 8000여개도 언제 밀려날지 몰라요. 기술우위가 열쇠인데 다행히 우리나라의 몇몇 대기업이 5년 정도의 기술수준을 유지하며 한국상품의 브랜드를 지키고 있어요. 대기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가될 수 있지만 적어도 중국시장에 한국이 국운(國運)을 걸고 상륙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 전략을 짜야하는 건 확실합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온 뒤 첫 작품으로 9월부터 3개월 동안 ‘중국 비즈니스 CEO 과정’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전국의 쟁쟁한 중국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 이 과정에는 지역의 기업체 간부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또 내년 3월부터 이 대학에 중국전문 국제대학원을 개원한다. 중국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전문대학원이 문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가 중국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대응해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각국이 자국의 브랜드를 심기 위해 날마다 전쟁을 벌이고 있어요. 중국기업들의 추적이 무섭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중국실정을 잘아는 기업과 전문가를 시급히 양성해야 합니다.”

대구〓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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