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엔 '고법(고려대 법대)'이 '설법(서울대 법대)' 이긴다"

  • 입력 2002년 12월 16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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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설법'(서울대 법대)을 이긴다."(고려대 법대생)

"우리는 '시험기계'들과는 다르다."(서울대 법대생)

16일 한 사법시험 인터넷사이트에 올라온 두 대학 법대생들의 공방이다.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발표 이후 고려대 출신이 서울대 출신을 근소한 차로 추격하고 나서자 양교생을 자처하는 네티즌들의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사법시험 999명의 합격자 가운데 고려대 법대 출신은 156명. 이는 서울대 법대 출신(177명)에 비해 21명 적은 것. 양교 합격생의 비율이 이처럼 근소하게(2.2%) 좁혀진 것은 고등고시 사법과가 도입된 1950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대는 이번에 전체 합격생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비(非)법대생이 46%여서 법대 출신 비율은 높지않다. 반면 고려대는 합격자 176명 가운데 비법대 출신이 20명에 불과해 법대 출신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특히 이에 앞서 5월에 발표된 1차 시험에는 고려대 법대 출신이 379명, 서울대 법대가 365명이 합격, 양교 합격생 수가 역전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고등고시 사법과가 사법시험으로 바뀐 1964년부터 정원을 300명으로 늘리기 전인 1980년까지 서울대 법대 출신은 합격자의 50%에서 최고 90%를 차지했으며, 정원이 500명으로 다시 늘어나기 전인 95년까지는 절반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정원이 604명으로 늘어난 97년에는 47.6%로 줄었으며, 800명을 뽑은 2000년에는 25.7%, 올해는 17.7%로 격감했다.

고려대 법대측은 올해 1차 합격생이 많아 내년 시험에선 서울대 법대를 이길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예측'을 하고 있다. 고려대 법대 배종대(裵鍾大) 학장은 "서울대에 비해 사법시험에 대비해 가르치는 교과목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합격생 증가요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안경환(安京煥) 학장은 "서울대 법대의 교육목표는 사법시험 합격생 배출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훌륭한 법률인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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