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시립연정국악원 김진호 원장 , 국악 대중화

  • 입력 2002년 12월 2일 18시 21분


‘자라 내리고 돋아 오르는 돌고드름과 석순의 만남처럼/ 쉬이 만나기 힘든 왕조시대의 정재(呈才·궁궐 잔치의 춤과 노래)가 첫 대전 나들이를 한답니다/ …꼬∼옥 만나시어….’

지난달 8일 대전에서 공연된 ‘궁중무용 풀어보기’ 홍보 팸플릿에 수록된 ‘모시는 글’의 일부. 글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데다 계절 인사로 시작해 바쁘더라도 꼭 찾아 달라고 끝을 맺는 천편일률적인 초대글과 달라 눈길을 모은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김진호(金鎭鎬·51) 원장은 지난해 3월 부임한 뒤 40여번의 공연을 치르며 매번 이같이 시(詩)로 초대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 공연을 함축적이고 정제된 시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은 공연이 확정되면 의미와 내용, 특징 등을 표현할 적절한 시어를 찾느가 골몰하기 일쑤다.

초대글이 참신하다며 형식을 비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시낭송협회 한수정(韓受廷) 원장은 “연정국악원의 초대글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최근 ‘이야기가 있는 시 낭송의 밤’ 팸플릿을 만들면서 같은 형태로 초대글을 써보았는데 호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김 원장의 관객 끌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적인 감각의 창작 국악의 공연 비율을 늘리는 한편 공연 전문 사회자를 두어 ‘해설이 있는 국악 공연’이 가능하도록 했다. 팸플릿 제작 비용을 줄여 케이블 방송 스팟 광고비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아이디어에 힘입어 공연의 평균 관객 수는 부임 이전의 두배 가량인 700∼800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인들을 통한 ‘티켓 떠맡기기’가 사라지고 공연장 매표소 앞에 줄을 서 표를 사는 장면도 목격되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리 것이니까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하기에 앞서 공연이 쉽고 재미있도록 이벤트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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