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원외국어고에서 만난 남봉철(南鳳喆·57) 교장은 97년부터 1년에 한 달은 반드시 미국으로 출장을 간다고 한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등 미국 명문대에 이 학교 학생들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세계화 바람이 거세게 불 때였지요. 우리 우수한 학생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길을 열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국내에서만 공부해도 충분히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고요.”
물론 미국의 유명 대학을 대상으로 한국의 고등학교를 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4개월여 동안 이들 대학의 학장들에게 e메일을 보내 만나줄 것을 요청했다. 묵묵부답인 그들에게 남 교장은 계속해 학생들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토플 성적표와 봉사활동 등 각종 자료들을 보냈다. 이렇게 해서 그가 한 대학으로부터 처음 얻어낸 약속 시간은 겨우 30분.
“소용없을 거라며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걱정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다 잘 될 거라며 오히려 제가 격려했지요.”
그러나 남 교장 스스로는 출장 가기 전날 긴장해서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한다. 할 말을 적어 몇 번이고 연습을 거듭했지만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회의 당일 약속한 30분이 지나자 정확히 끝내려는 미국인들에게 남 교장은 “멀리서 왔는데 조금만 더 얘기하자”고 설득해 결국 1시간반 동안 이야기할 수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들을 다니느라 20여일간 자동차로 5000㎞가량 달린 일, 비용을 아끼느라 이름 없는 모텔을 찾아다니고 햄버거로 자동차 안에서 한 끼를 때운 일 등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 교장의 이런 노력은 지원 첫해인 2000년 지원자 9명 전원이 아이비리그에 합격하는 결실을 맺었다. 그 다음해는 13명, 올해는 26명이 미국의 명문대에 진학했다. 또 대원외국어고는 2000년 미국 명문대와 세계 각지 명문 고교들의 입학협의회인 OACAC(The Overseas Association of College Admissions Counselors)에 국내 고교 중 드물게 회원교로 가입돼 있다.
대원외국어고에서는 지금도 30여명이 조만간 발표될 아이비리그 수시모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중국, 일본의 우수 대학으로 진학 범위를 넓힐 예정이라고 밝히는 남 교장은 국내 대학들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서울대 들어가기가 하버드대 입학하기보다 더 까다로운 것 같아요. 하지만 그에 걸맞은 학문적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되돌아봐야 합니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