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명문대에 학생홍보…남봉철 대원외고 교장

  • 입력 2002년 12월 2일 18시 16분


남봉철 대원외국어고교 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아이비리그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지원 요령을 설명해 주고 있다.권주훈기자
남봉철 대원외국어고교 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아이비리그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지원 요령을 설명해 주고 있다.권주훈기자
“학생들에게 ‘기회의 날개’를 달아주는 게 제가 할 일이지요.”

최근 대원외국어고에서 만난 남봉철(南鳳喆·57) 교장은 97년부터 1년에 한 달은 반드시 미국으로 출장을 간다고 한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등 미국 명문대에 이 학교 학생들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세계화 바람이 거세게 불 때였지요. 우리 우수한 학생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길을 열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국내에서만 공부해도 충분히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고요.”

물론 미국의 유명 대학을 대상으로 한국의 고등학교를 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4개월여 동안 이들 대학의 학장들에게 e메일을 보내 만나줄 것을 요청했다. 묵묵부답인 그들에게 남 교장은 계속해 학생들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토플 성적표와 봉사활동 등 각종 자료들을 보냈다. 이렇게 해서 그가 한 대학으로부터 처음 얻어낸 약속 시간은 겨우 30분.

“소용없을 거라며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걱정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다 잘 될 거라며 오히려 제가 격려했지요.”

그러나 남 교장 스스로는 출장 가기 전날 긴장해서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한다. 할 말을 적어 몇 번이고 연습을 거듭했지만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회의 당일 약속한 30분이 지나자 정확히 끝내려는 미국인들에게 남 교장은 “멀리서 왔는데 조금만 더 얘기하자”고 설득해 결국 1시간반 동안 이야기할 수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들을 다니느라 20여일간 자동차로 5000㎞가량 달린 일, 비용을 아끼느라 이름 없는 모텔을 찾아다니고 햄버거로 자동차 안에서 한 끼를 때운 일 등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 교장의 이런 노력은 지원 첫해인 2000년 지원자 9명 전원이 아이비리그에 합격하는 결실을 맺었다. 그 다음해는 13명, 올해는 26명이 미국의 명문대에 진학했다. 또 대원외국어고는 2000년 미국 명문대와 세계 각지 명문 고교들의 입학협의회인 OACAC(The Overseas Association of College Admissions Counselors)에 국내 고교 중 드물게 회원교로 가입돼 있다.

대원외국어고에서는 지금도 30여명이 조만간 발표될 아이비리그 수시모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중국, 일본의 우수 대학으로 진학 범위를 넓힐 예정이라고 밝히는 남 교장은 국내 대학들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서울대 들어가기가 하버드대 입학하기보다 더 까다로운 것 같아요. 하지만 그에 걸맞은 학문적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되돌아봐야 합니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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