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①]걷고 싶은 도시로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32분


차량이 도로를 점령해 서울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곳으로 악명 높은 서울시청 일대. - 변영욱기자
차량이 도로를 점령해 서울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곳으로 악명 높은 서울시청 일대. - 변영욱기자
《외국인들에게 서울에서 살기에 가장 불편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교통’이라고 대답한다. 굳이 외국인들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다. 승용차 대수가 200만대를 훌쩍 넘은 지금, 서울의 교통은 총체적 난국이다. 차량이 점령한 도심, 느림보 지하철, 언제 올 지 기약 없는 만원버스…. 서울의 교통을 확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5회에 걸쳐 실태와 ‘칼’을 뽑아든 서울시의 복안, 그리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관련기사▼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②]도심 승용차를 줄이자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③]대중교통 빠르게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④]대중교통을 편하게
- [서울의 교통을 바꾸자⑤]외곽과 도심을 연계하자

한국의 수도(首都) 서울. 그 도심을 차량이 점령한 지 이미 오래다. 사람이 아니라 차가 도시의 ‘주인’이 됐다. 서울의 교통체계 우선순위를 차량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지 않고는 교통문제 해결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이 밀려난 도심〓“이게 어디 사람이 다닐만한 도로입니까. 지하도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얼마 걷지 않아도 파김치가 됩니다. 서울에서 40년째 살지만 아직도 지하도에서 길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서울시청 부근에서 장사를 하는 김현수(金賢洙)씨는 대뜸 불만을 털어놓았다.

시청을 중심으로 한 숭례문, 서울역, 남대문시장 일대는 가장 ‘비(非)인간적인’ 곳으로 악명이 높다. 횡단보도가 거의 없다. 바로 길 건너 코앞에 목적지가 있어도 지하도를 한 두 번 건너야 하는 것은 예사. 미로(迷路) 같은 지하도에 들어가면 자칫 길을 잃기 일쑤다.

중구 명동 관광안내소 직원은 “남대문시장 부근 지하도에서 길을 잃고 도움을 청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하루에 40∼50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종로구 세종로도 마찬가지. 서울시가 광화문과 문화관광부 청사 사이에 ‘열린 마당’을 만들어 놓았지만 횡단보도가 하나도 없어 이 곳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도심을 보행자 중심으로〓서울시는 도심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야심 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우선 서울의 상징거리인 서울역∼숭례문∼시청 앞∼광화문 구간을 보행자 거리로 만든다는 것. 또 2003년까지 시청 앞, 2005년까지 숭례문 주변과 광화문 앞에 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청 앞∼덕수궁∼프라자호텔∼소공로∼원구단 △서울역 광장∼퇴계로 △숭례문 광장∼남대문시장∼상공회의소 △문화관광부∼세종문화회관 등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기로 했다. 동시에 왕복 16차로인 세종로와 일방통행로가 될 종로, 을지로, 율곡로의 차로를 줄여 보행로를 넓힌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는 90년대 초 폭 70m인 샹젤리제 거리의 주정차 공간을 없애고 차로를 줄여 43m의 보행도로를 만들었다.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김은희(金銀姬) 사무국장은 “시청 앞 광장에서 세종문화회관, 경복궁,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보행 네트워크를 치밀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 자전거도로 조성〓현재 서울 시내의 자전거도로는 255개 구간에 총 연장은 448㎞. 그러나 대부분 한강 주변 외곽에 있어 주말 레저용으로나 쓰이는 형편이다.

서울시는 2005년까지 도심의 세종로 태평로 종로 을지로 율곡로 등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 장기적으로는 청계천로와 마포로 한강로 한남로 등 서울 전역으로 자전거도로를 확대한다.

한강 다리에도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진다. 2003년 완공 예정인 광진교에는 차로(왕복 2차로)와 같은 폭으로 인도가 생기고 인도 바깥에 자전거도로를 만들 예정이다.

▽앞으로의 과제〓문제는 자동차는 늘어가는데 도로를 보행자 위주로 만들면 교통대란이 불 보듯 뻔한데 어떻게 이를 해결하느냐는 것.

이에 대해 시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고 불법 주정차을 철저히 단속하는 한편 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최대한 억제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도심의 도로를 ‘돌아가더라도 막히지 않는’ 일방통행 위주로 바꾸겠다는 복안.

음성직(陰盛稷) 시 교통관리실장은 “앞으로 서울 시내에서 승용차를 몰려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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