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스님들 태백산서 용맹정진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7시 50분


하루 수면시간은 3시간. 새벽1시에 일어나 매일 15시간씩 수행. 그리고 15개월간의 참선 ‘강행군’….

무모하리만치 혹독한 겨울수행인 동안거(冬安居)가 시작됐다. 태백산 각화사(覺華寺·주지 철산 스님)에 19일부터 전국의 스님들이 몰려 들었다.

이번 가행정진(加行精進)은 혹독한 수행조건과 함께 겨울을 두 번이나 보내는 15개월간 진행된다는 점 때문에 산문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스님들은 매일 새벽 1시에 일어나 점심공양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전과 오후, 저녁시간을 모두 참선으로 보낸다.

참선에 무섭게 몰두하는 유례 없는 정진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스님들이 지원했지만 입방을 허락받은 스님은 불과 26명.

15개월 동안 진행될 이번 정진을 두고 주위에서는 “무모하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각화사 철산 스님은 그러나 이런 걱정의 목소리에 손사래를 쳤다.

“목숨 내놓고 공부하렵니다. 우리가 할 일을 이것 뿐입니다. 공부는 몇 고비 까무라쳐야 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 하는 겁니다. 15개월이 길다지만 열심히 하는 분들이니 한철나기나 다를 바 없습니다.”

각화사가 시도하고 나선 혹독한 가행정진에 전국의 ‘납자’(스님을 달리 부르는 말)들이 몰려든 것은 대표적 선승으로 존경받는 선원장 고우(古愚·66) 스님의 원력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두만 붙들고 ‘생활’과는 무관하게 무작정 앉아 있는 것이 선의 본질이 아닙니다. 바로 생활과 부딪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부처님 법이 진리임을 알고 자기가 하는 수행의 의미를 깨달아야 합니다.” 고우 스님은 또 “연기(緣起)가 불법이자 불성임을 깨닫기 전에는 ‘중놀이’가 어려워 하루에도 열두번 속가로 가고 싶었다”면서 법의 본질을 이해하면 무한향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태백〓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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