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수해민들 고된 겨울나기… “너무 추워 새벽잠 깬다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56분


10일 오전 강원 강릉시 신석동 신석마을. 수해를 입은 주택의 잔해가 여전히 동네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수해민들이 겨울을 날 콘테이너가 유난히 추워 보였다.

들녘에서 혼자 탈곡을 하던 50대 농부는 “성한 것만 골라 탈곡을 하는 데도 쭉정이가 절반”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한 60대 할머니는 차가운 바람에도 불구, 진흙 속에 누운채 파묻혀있는 벼이삭을 훌트며 “건질 것이 없지만 버려두자니 하늘이 무서워서 벼이삭을 고르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5.5평 공간의 콘테이너 하우스 삶을 사는 이재민들은 14가구.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으나 한겨울이 오기 전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더 험난해 두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하는 이재민들은 “날씨가 추워져 새벽마다 잠이 깨곤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조규원(曺圭元·여·76)씨는 “아들 내외와 손주 등 네사람이 어울러 사는 이곳 삶도 어렵지만 앞으로 집 지을 땅을 구하는 것이 더 문제”라며 “매일 머리가 ‘휭’하니 흔들리며 막막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날 오후 콘테이너 10동이 놓여있는 강원 동해시 삼화동 삼화초등학교 앞 수재민촌.

다리가 불편한 남편과 함께 사는 박춘옥(朴春玉·무직·70)씨는 “물이 차가워 몇 번씩 손을 녹이며 밥을 지으려하니 나중에는 손에 감각이 없어진다”고 했다. 정연옥(鄭蓮玉·49·주부)씨도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남편이 집에 돌아와도 씻지 못하는 것이 안스럽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 수재민을 돕기위한 온정의 손길은 ‘풍성’하진 않지만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시민단체연대회의 회원 30여명은 지난 8일부터 3일째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에서 콘테이너 삶을 사는 수재민을 위해 방풍막을 설치해주고 있다. 이들은 콘테이너 앞에 꺽쇠를 세운 후 비닐하우스처럼 바람막이를 설치해주고 있으며 앞으로 500가구를 수혜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일 강릉시 경포동 즈므마을 주민들은 수해지역인 이 지역에 들어와 지난달 2일부터 33일간 벼베기 자원봉사를 펼친 서울 상도동 성당 신자를 위해 조촐한 다과상을 준비하고 감사패를 전했다. 이들 신자들은 지난 3일까지 33일간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 이곳에 도착한 후 릴레이식 벼베기를 펼쳤다.

강원도는 수해 주택은 2만2942채 가운데 3014채를 신축키로 했으며 이 가운데 69채가 완공되었고 1121채는 공사중이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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