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의 필리핀 소녀 아날린(가명)은 미군기지 주변 클럽 생활을 지옥 같았다고 증언했다. 국제인권기구인 국제이주기구(IOM) 서울본부는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경기 동두천시 미군기지 인근에서 윤락을 강요당한 필리핀 여성 11명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16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본부에도 보고됐다. 다음은 이들이 올해 쓴 일기를 통해 밝힌 실상.
3월 30일〓“한국에 가면 아무 걱정도 없을 것이라 했다. 주인은 자신이 보호하고 잘 인도해주겠다고 했다.”(한국 도착 전)
4월 3일〓“오, 하느님. 여기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매춘’이었다. 오후 5시에 일어나 클럽을 청소하고 밥을 먹은 뒤 일을 해야 한다. 어떻게 손님들을 즐겁게 해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래서 실컷 혼이 났다.”
4월 6일〓“주인이 우리에게 임금을 주지 않아도 좋다. ‘성관계’만 강요받지 않는다면….”
4월 16일〓“지난번 내 가슴을 주물렀던 주인의 친구가 왔다. 주인은 그와 같이 나가라고 했다. 그들은 모두 섹스광이다.”
4월 17일〓“주인은 우리에게 손님의 기분을 맞추지 않아 매상이 오르지 않는다고 욕했다. ”
5월 29일〓“엄마는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부칠 방법이 없다. 임금도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돈을 부치나.”
6월 11일〓“엄마가 보고 싶다. 전화를 걸려고 해도 전화카드를 살 돈이 없다. 제기랄, 임금만 받을 수 있다면….”
6월 17일〓“오늘은 내 생애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우리에게 벌어졌던 일들에서 내 고향의 친구들이 뭔가를 깨닫고 배우기 바란다. 신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경찰과 필리핀대사관의 도움으로 클럽에서 풀려난 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