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比여성 윤락일기 "한국인인 모두 섹스狂들"

  • 입력 2002년 10월 16일 23시 18분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다. 한 친구가 고열로 고통스러워했지만 주인은 ‘열쇠를 잃어버렸다’며 문을 열지 않았다. 그들에겐 일말의 온정도 없었다.”

17세의 필리핀 소녀 아날린(가명)은 미군기지 주변 클럽 생활을 지옥 같았다고 증언했다. 국제인권기구인 국제이주기구(IOM) 서울본부는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경기 동두천시 미군기지 인근에서 윤락을 강요당한 필리핀 여성 11명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16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본부에도 보고됐다. 다음은 이들이 올해 쓴 일기를 통해 밝힌 실상.

3월 30일〓“한국에 가면 아무 걱정도 없을 것이라 했다. 주인은 자신이 보호하고 잘 인도해주겠다고 했다.”(한국 도착 전)

4월 3일〓“오, 하느님. 여기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매춘’이었다. 오후 5시에 일어나 클럽을 청소하고 밥을 먹은 뒤 일을 해야 한다. 어떻게 손님들을 즐겁게 해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래서 실컷 혼이 났다.”

4월 6일〓“주인이 우리에게 임금을 주지 않아도 좋다. ‘성관계’만 강요받지 않는다면….”

4월 16일〓“지난번 내 가슴을 주물렀던 주인의 친구가 왔다. 주인은 그와 같이 나가라고 했다. 그들은 모두 섹스광이다.”

4월 17일〓“주인은 우리에게 손님의 기분을 맞추지 않아 매상이 오르지 않는다고 욕했다. ”

5월 29일〓“엄마는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부칠 방법이 없다. 임금도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돈을 부치나.”

6월 11일〓“엄마가 보고 싶다. 전화를 걸려고 해도 전화카드를 살 돈이 없다. 제기랄, 임금만 받을 수 있다면….”

6월 17일〓“오늘은 내 생애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우리에게 벌어졌던 일들에서 내 고향의 친구들이 뭔가를 깨닫고 배우기 바란다. 신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경찰과 필리핀대사관의 도움으로 클럽에서 풀려난 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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