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일씨-서울음악회 도자기업체 ‘우일요’서 이색연주회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09분


경기 파주시 맥금동 도자기 제조업체인 우일요 공장에서 열린 클래식 연주회. - 파주=이동영기자
경기 파주시 맥금동 도자기 제조업체인 우일요 공장에서 열린 클래식 연주회. - 파주=이동영기자
국내 최고의 서양 고전음악 작곡가로 평가받는 강준일씨(58)는 서울음악학회 회원인 연주자 20여명과 함께 28일 오후 5시반 경기 파주시 맥금동 야산 중턱에 있는 도자기 제조업체 우일요 공장에서 이색적인 클래식 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연주회는 서울고 15회 동창생이자 서울대 동창생인 우일요 대표 김태욱씨와 남다른 우정을 쌓아온 강씨가 음악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김씨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강씨는 “어느 연령층이나 부담 없이 문화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공연이라 생각했다”며 “벗과 함께 이웃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무리 친구라지만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작곡가의 특별한 공연을 혼자서만 감상할 수 없다며 원로 화가인 이대원 화백을 비롯해 파주시와 고양시 일대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관람했다.

이날 연주회에는 100여명이 공장 3층 강당에 모여 베토벤의 현악4중주와 정식 공연장에서도 좀처럼 듣기 힘든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 또 강씨가 직접 작곡한 가곡 등을 편안한 자세로 감상할 수 있었다.

김씨는 공장 3층을 음악감상실로 꾸며 오디오시설을 갖췄고 2500여장의 CD를 수집할 정도의 음악애호가.

김씨와 강씨는 어렵고 암울했던 학창시절 돈독한 우정을 쌓았고 그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이제 50을 훌쩍 넘긴 이들은 한동안 얼굴보기도 힘들었던 친구와 음악을 통해 새로운 정을 나누게 된 것.

김씨는 친구가 연간 두차례 열어주기로 한 콘서트를 주변의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것은 물론 자신도 도자기 배움교실을 열어 30여년간 쌓아온 도자기 제작기술을 일반에게 전해줄 계획이다.

김씨는 “수준 높은 문화를 누구나 감상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준 친구가 고마울 뿐”이라며 “이웃들과 나누는 문화가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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