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노인 돌보는 이상빈씨 장기기증 '사랑의 릴레이'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41분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는 이상빈씨(오른쪽)를 도우 스님이 찾아와 용기를 복돋워주고 있다. - 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는 이상빈씨(오른쪽)를 도우 스님이 찾아와 용기를 복돋워주고 있다. - 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도우 스님의 간 기증을 보고 감동 받았어요. 쓰러져 가는 젊은 생명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인천에 있는 무의탁 노인과 어린이 공동시설인 ‘즐거운 집’의 시설관리원 이상빈(李相斌·37)씨는 지난달 21일 경남 양산 통도사의 도우(道愚·28) 스님이 말기 간경화 환자에게 간 일부를 기증해 환자가 새 삶을 얻는 모습을 본 뒤 아무 조건 없이 장기 기증에 나섰다.

이씨는 윌슨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고교생 김지태(金志泰·19)군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하기 위해 26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

95년에도 말기 신장병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한 적이 있는 이씨는 즐거운 집에 있는 무의탁 노인과 어린이 10명을 자신의 호적에 올려 돌보고 있는 숨은 봉사자.

매달 즐거운 집에 후원금을 보태고 있는 이씨는 고교 졸업 후 영창악기에서 근무하다 그만둔 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지금은 봉사에 전념하고 있다.

김군이 앓고 있는 윌슨병은 음식물에 함유된 구리가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쌓여 간경화를 일으키는 선천성 질환.

구리가 뇌에까지 침투한 김군은 최근 들어서는 말이 어눌해지고 온몸을 떠는 파킨슨병 증세로까지 악화됐지만 아버지는 지방간으로, 어머니는 혈액형이 달라 가족간 간이식이 불가능해 애타게 간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군의 어머니 이송재(李松宰·46)씨는 “아들이 고등학교만이라도 졸업하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구세주를 만나 수술을 받게 돼 이제는 여한이 없다”며 “이식을 잘 받고 병이 나아 대학에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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