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쓰레기소각장 가동률 34%…血稅 낭비

  • 입력 2002년 9월 25일 17시 44분


2000억원이 넘는 혈세(血稅)를 들여 건립한 서울시내 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 3곳의 가동률이 서울시의 근시안적 행정 때문에 평균 30%대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는 뒤늦게 여러 자치구가 소각장을 공동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과 시의회의 ‘몸 사리기’에 부딪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잠자는 소각장〓현재 가동중인 서울시내 쓰레기소각장은 강남, 노원, 양천 등 모두 3곳.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은 총 1743t이지만 실제 소각량은 지난해 하루 평균 585t으로 가동률은 34%에 그치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가동한 강남구 일원동 강남 소각장의 가동률은 20%에 불과한 실정.

이는 소각장 건립당시 서울시가 ‘1구 1소각장’ 원칙에 따라 ‘다른 구의 쓰레기는 처리하지 않는다’고 주민들과 약속한데다 쓰레기배출량 예측을 터무니없이 잘못 했기 때문.

25일 공개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시는 93년 타당성 조사에서 강남구의 하루 쓰레기 양을 2001년 766t, 2006년 869t으로 예측했으나 현재 140∼150t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 폐기물시설과 최홍식(崔弘植) 팀장은 “소각장 설계가 끝난 뒤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되는 바람에 생활폐기물이 급격히 줄게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남 노원 양천구와 광명 소각장을 이용하는 구로구를 제외한 시내 21개 구는 가까운 곳에 남아도는 소각장을 놔두고 인천 수도권매립지의 신세를 지고 있다.

▽표류하는 소각장 광역화〓서울시는 전임 고건(高建) 시장때인 지난해 4월 쓰레기소각장 광역화 세부계획을 확정, 올해까지 강남 노원 양천 소각장을 완전 광역화하기로 했다.

이명박(李明博) 시장도 소각장 광역화를 중점 과제로 선정하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 의원들의 무책임한 자세도 문제. 시는 올 4월 ‘자원회수시설 이용촉진 조정위원회’를 만들기로 하고 관련조례 개정안을 6월 시의회에 상정했지만 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는 이 안건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 시의원은 “지역구를 대표하는 몇몇 의원들이 ‘당사자(서울시와 주민)끼리 해결할 일에 왜 끼어들어 욕먹을 짓을 하느냐’고 주장해 논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털어놓았다.

▽지역 이기주의?〓해당지역 주민들은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에 대한 ‘노이로제’ 때문에 소각장 광역화 방침에 대해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다. 올 1월에는 노원 소각장의 다이옥신 배출량이 서울시와 주민지원협의체가 합의한 기준보다 많이 검출돼 한동안 소각을 거부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3년간 일정으로 지난해 연세대에 주민건강조사 용역을 외뢰했지만 결과가 나오더라도 주민들이 믿어줄 지는 미지수.

집값 하락 등 현실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탄천 하수처리장, 쓰레기소각장, 열병합발전소, 대형병원 영안실 등 소위 혐오시설의 영향권에 있는 강남구 일원동 일대 아파트는 주변 지역보다 아파트 값이 낮은 수준.

강남 소각장 주민지원협의체 조현래(趙鉉來·62) 위원장은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난도 있지만 직접 이 곳에 살아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소각장 광역화는 악취나 유해물질을 완벽하게 차단한 다음에야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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