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해규제 하지 말란 말인가

  • 입력 2002년 9월 10일 18시 25분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일부 경유차량을 단종시키기로 한 이행협약서를 규제개혁위원회가 위법으로 판단한 것은 유감스럽다. 대기오염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 아래 만들어진 것이 ‘경유 다목적 자동차 관련 이행협약서’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합의된 사항이 법 논리에 치우친 해석으로 무효가 된다면 잘못된 일이다.

규개위는 이행협약서 내용이 행정규제기본법상 규제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이중 규제라는 입장이다. 경유차량 오염물질을 규제한 대기환경보전법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협약을 맺어 규제를 강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국산 다목적형 경유차 가운데 싼타페 이외의 차종을 단종시키기로 한 이행협약서는 올 6월 환경부와 산업자원부 현대 기아자동차 및 시민단체가 함께 서명한 것이다. 규개위는 이 협약서가 새로운 규제를 신설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합의한 사항까지 규제로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규제라면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해마다 미세먼지로 1만여명이 목숨을 잃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8조원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 마당에 대기오염의 주범인 경유자동차가 활개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곁가지에 얽매인 나머지 본질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행협약서에 문제되는 조항이 있다면 이를 보완해 시행토록 하면 될 일이다. 규개위가 이 건을 불필요한 행정규제 철폐와 같은 잣대로 처리해 본질인 공해규제에 관한 합의 자체를 무효로 한다면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환경부가 재심을 청구키로 한 만큼 규개위가 전향적인 자세로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해 주기 바란다. 어떤 경우든 경유자동차 규제의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