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만수동영구임대아파트 앞마당 ‘생태공원’ 변모

  • 입력 2002년 9월 8일 20시 27분


“쓰레기 더미로 더럽혀졌던 자갈밭에 토종 야생화와 야채가 즐비하고, 잡상인으로 들끓던 곳이 조롱박과 수세미 터널로 바뀌었어요.”

인천 남동구 만수1동 만수7단지 주공 영구임대아파트의 입주민들이 최근 6개월 사이 달라진 동네 분위기에 마냥 즐거워하고 있다.

자신들의 손으로 생태공원과 텃밭을 일궈 아파트 앞마당의 ‘리모델링’ 작업을 마무리지으면서 닫혀져있던 이웃 간의 장벽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1466가구 5300여명이 살고 있는 이 영구임대아파트에는 장애인, 홀로 사는 노인, 탈북자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무주택자들이 입주해 있다.

1990년 입주가 시작된 이래 알코올 중독자들이 많은데다 모두들 살림살이가 어렵다 보니 아파트에서는 고성이 오가거나 사무실 유리창 파손 등의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그러나 이제 알코올 중독자들이 뒹굴던 공터가 장기와 바둑 등을 두며 밤늦도록 어울릴 수 있는 주민 쉼터로 바뀌었다. 70평 규모의 이 곳에는 나무 그늘과 함께 평상, 의자 등이 새롭게 꾸며져 있다.

또 수인산업도로 방음벽을 경계로 한 아파트 뒷마당 400평에는 텃밭, 미니 동물원, 생태공원이 들어섰다.

이 곳에는 올 2월까지만 해도 장농 등 생활쓰레기 30t 가량이 쌓여져 있었지만 관리소 직원과 주민들이 쓰레기를 걷어내고 15t 트럭 6대분의 흙을 깔아 텃밭 등을 조성했다.

텃밭 300평은 2∼3평 단위로 나눠 주민들에게 분양됐다. 텃밭에서 일하던 주민 전정순씨(56·여)는 “들깨 콩 열무 고구마순 부추 호박 등 20여가지의 야채류를 심어놓았기 때문에 시장에 갈 필요가 없다”며 “생활비도 줄일 수 있지만 매일 서너차례 밭에 나와 일을 하고 무공해 야채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앞마당의 대변신은 올 2월 이기환 관리소장(42)의 부임과 함께 본격화됐다. 이 소장이 쓰레기 무단투기로 더럽혀진 뒷마당의 정화작업을 시작하자 직원들과 주민들 ‘생태공원 조성’ 아이디어를 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부녀회원들이 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비지땀을 흘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야생화와 동물을 기증하는 독지가들이 나서면서 8개월만에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 텃밭 옆에는 토끼 닭 칠면조 새 등을 키우는 미니 동물원이 있고, 벌개미취 구절초 할미꽃 감국 용머리꽃 등 야생화와 코스모스, 작은 연못 등을 갖춘 100평 규모의 생태공원이 꾸며졌다. 텃밭과 생태공원은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아파트로 들어오는 정문 입구는 그동안 잡상인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으나 현재는 장미넝쿨과 수세미, 조롱박을 심은 길이 40m의 식물 터널이 조성돼 있다. 올 6월에는 장미꽃이 만개했으나 요즘은 수세미와 조롱박이 탐스럽게 열려 있다.

이기환 관리사무소장(42)은 “아파트 단지가 변모하면서 입주민들이 텃밭에서 나오는 농작물을 서로 나눠 먹고 쉼터에서 담소를 나누는 정겨운 사이가 됐다”고 소개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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