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서 찾은 시신…급류에 8Km 떠내려가

  • 입력 2002년 9월 5일 19시 06분


태풍 루사로 부모님을 모두 잃은 조모씨(42·강원 강릉시 구정면)는 4일 아버지(69) 장례식을 치르던 도중 다시 한 번 울어야 했다. 하관을 하려는 순간 아버지와 함께 실종된 어머니(68)의 시신이 뒤늦게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

부모님이 강릉시 학산면 삿갓교 부근에서 실종됐지만 아버지 시신은 1일 오전 마을 근처에서 발견됐고, 어머니 시신은 이날 오전 실종 장소에서 7㎞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경 강릉시 사천면 사기막리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방모씨(46)는 경포대까지 흐르는 개천을 따라 8㎞ 떨어진 경포해수욕장에서 2일 발견됐다.

강원 영동지역에 내린 폭우로 실종자들이 급류에 휩쓸려간 경우가 많아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해지역 재해대책상황실에는 시신을 찾아달라는 실종자 가족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매몰된 실종자가 많아 수색 작업에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강릉소방서는 4, 5일 이틀간 강동면 대동마을에서 염규태씨의 부인과 두 딸을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원주 삼성재단에서 데려온 구조견 6마리와 보트 2대를 이용해 바다 입구까지 수색을 했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

양양군 현남면 상월천리와 하월천리의 경우 6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돼 주민들이 수색작업에 나섰으나 성과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또 속초시 노학동 척산온천장 인근 청초천과 청초호 주변에서는 육군 일출부대 장병들과 공무원들이 금속탐지기와 중장비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강릉소방서 박명식 방호구조과장은 “워낙 범위가 넓어 수색작업에 진전이 없다”며 “실종 장소와 발견 장소가 전혀 물줄기가 연결되지 않는 지점이어서 당시 폭우의 참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한다”고 말했다.

5일 현재 경찰에 신고된 강원지역의 인명피해는 사망 97명에 실종 51명으로 집계됐으나 실종자 신고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강릉〓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양양〓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속초〓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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