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英연구소 조사 “엄마 근무기간-아이 성적 반비례”

  • 입력 2002년 9월 5일 16시 21분


■국내외 학술논문 분석결과

어머니의 취업 여부가 자녀의 인성이나 성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취업주부의 아이들이 전업주부 아이들보다 성적이 뒤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그러나 부모의 교육 및 소득수준, 탁아모나 탁아시설의 수준, 어머니가 아이를 다루는 태도 등에 따라 결과는 달리 분석된다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유아의 창의성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홍용희 교수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채선희 책임연구원은 2001년 전국의 만 4∼6세 유아 1366명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창의성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아이들의 창의성 평균점수는 27.6점. 4세부터 99세까지 검사가 가능하며 만점은 144점이다.

어머니의 취업 여부에 따른 점수차는 취업 주부(517명) 아이의 점수가 26.86점, 전업주부의 아이는 27.55점으로 전업주부(849명) 자녀의 창의성 점수가 더 높았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한편 어머니의 학력과 아이의 창의성 점수는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대학원졸 이상(123명)인 자녀의 창의성 점수는 30.96점이었고 이어 △대졸(724명) 28.63점 △고졸(353명) 25.16점 △중졸이하(12명) 22.75점 순이었다. 이 결과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었다.

채 연구원은 “어머니의 직업을 전문직 회사원 일용근로직 등으로 세분해 분석을 할 경우 직장을 가진 고학력 어머니의 아이가 전업주부 아이에 비해 창의성 점수가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정서와 사회적 능력

김수란씨는 2001년 인하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취업모와 비취업모 초등학생 자녀의 정의적 특성 연구’에서 어머니의 취업 여부가 초등학생 자녀의 자아정체감 자신감 정서적 안정 정도 등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인천에 사는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582명이며 이 중 어머니가 직장에 다니는 학생이 346명, 전업주부인 학생이 236명이었다.

그 결과 전업주부를 어머니로 둔 학생의 ‘자아정체감’ 점수가 5점 만점에 3.32점으로 취업주부 자녀의 성적(3.2점)보다 약간 높았다. ‘긍정적 사고’ 항목에서는 취업주부의 딸이 3.34점으로 가장 높게 나왔고 이어 △전업주부의 딸(3.31점) △전업주부의 아들(3.22점) △취업주부의 아들(3.19점) 순이었다. 연구자는 어머니의 취업이 딸에게는 긍정적인, 아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학업 성적

영국 에섹스대 사회경제리서치연구소는 1970년에서 1981년 사이에 태어난 1263명 젊은이들의 학업 성적과 가정 환경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2001년 3월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젊은이들의 어머니는 아이가 취학 연령 이전 시기에 평균 18개월간 전일근무(full time)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취학 전에 어머니가 풀 타임으로 일한 기간이 평균보다 1년씩 길어질 때마다 그 아이가 A-level 시험(한국의 대입 수능시험에 해당)에 합격할 가능성은 12% 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제(part time)로 일한 경우는 근무 기간이 평균치보다 1년씩 길어질 때마다 A-level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6% 포인트씩 낮아졌다.

컬럼비아대 지엔 브룩스건 교수는 최근 3년간 미국 10개 도시에서 가정 환경과 육아 환경이 비슷한 곳에서 자란 1000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정신적, 언어적 발달수준을 조사한 분석결과를 격월간 학술지 ‘유아발달(Child Development)’ 7, 8월호에 발표했다. 브룩스건 교수에 따르면 생후 9개월 이전에 어머니가 주 30시간 이상 일한 가정의 아이는 만 3세 때 치른 색깔 숫자 글자 도형 등을 인지하는 평가에서 44점을 받았다. 이는 같은 조건에 있는 전업주부의 아이(50점)보다 6점 떨어지는 수치다. 브룩스건 교수는 “이와 유사한 연구에서는 이 같은 취업주부의 영향이 7, 8세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이는 아이에게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이가 안아달라고 할 때 편안히 안아주고 놀아달라고 할 때 같이 놀아주는 등 어머니가 자녀에게 섬세한 관심을 보이면 이 같은 부정적인 영향이 많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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