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돼지 도살 보상價 큰 반발

  • 입력 2002년 8월 28일 18시 51분


5월 구제역 발생시 당국의 보상약속을 받고 돼지를 도살했던 경기 안성 용인 평택 진천 등지의 농민들이 농림부의 보상금액이 터무니없이 적게 책정됐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정부는 발병 농장 반경 3㎞ 내 모든 돼지를 도살처분하도록 조치, 안성과 용인 등 구제역 발생 지역의 162 농가에서 16만여마리의 돼지가 매립됐다. 이 중에는 새끼를 밴 어미돼지(모돈·母豚) 1만1575마리도 포함됐다. 농림부는 당시 보상금 지급에 관한 지침을 통해 ‘시 군별 보상평가위원회가 평가한 금액 100%를 보상한다’고 명시했다.

구제역 파동은 8월14일 농림부의 ‘구제역 종식’ 선언으로 일단락됐지만 경기 안성과 용인 지역피해 축산농가는 ‘모돈 보상가 논란’으로 시름이 깊다. 정부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도살처분을 할 당시 보상가격은 시 군별 보상평가위의 결정대로 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방침을 바꿔 보상가를 낮추었기 때문이다.

경기 안성시 일죽면 화곡리 신촌농장 안규방씨(54)는 “공적자금으로 몇십조원을 퍼부으면서 막대한 손해를 본 농민에게 보상금 20억원을 깎아보겠다는 말이냐”며 정부를 비난했다.

안성시 등은 6월초 시 공무원과 농가대표, 축협 및 양돈협회 관계자, 수의사 등 7명으로 보상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임신한 모돈 1마리에 93만5000원으로 보상가를 결정했다. 모돈 가격 60만원에 새끼(10마리 기준) 판매가격 33만5000원을 더한 것.

그러나 농림부는 한 달여 뒤 “보상가 산정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며 모돈 보상가를 평균 75만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시 군 평가위원회 산정액보다 마리당 18만5000원이 적고 피해농가 전체 보상가로는 20여억원이 적다.

농림부는 모돈이 평균 6번 새끼를 낳는데 산차(産次)에 따라 모돈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두 차례 출산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감가상각을 적용했으며 새끼 보상가도 판매가가 아닌 판매시까지 생산비를 기준으로 했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몇 번 새끼를 낳든지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능력은 똑같은데 감가상각을 적용하는 것은 억지이며 새끼도 판매가격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농민들은 7월초부터 10여 차례 시위를 벌이고 농림부를 항의 방문했으며 다음달 초 다시 집단 시위를 할 계획이다.

‘안성 구제역 살처분 양돈 피해농가’ 대표 임명자씨(43·여)는 “보상금을 받아도 농장을 원상 회복하려면 1년반이 걸리는데 그간 수입은 한푼도 없다”며 “정부 말을 믿고 자식 같은 돼지를 죽였는데 이제와 보상금마저 깎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림부 관계자는 “정부 보상액은 양돈협회 등 전문기관에 의뢰해 얻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이라며 “피해농가에는 별도의 생계비 지원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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