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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2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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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경기 가평군 가평읍 승안리 용추계곡. 한 순찰 경찰관은 휴가철을 맞아 물놀이를 하던 피서객들에게 철수를 지시했으나 말을 듣지 않고 버티자 맥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폭포가 7m, 수심이 4m나 돼 ‘수영 위험지역’으로 지정됐지만 20대 초반의 남자 4명은 유유히 수영을 하는가 하면 물안경을 찾는다며 깊은 곳까지 잠수하는 등 아찔한 행동을 계속했다.
경찰관이 “물살에 휩쓸리면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외쳤지만 “알았다”고만 할뿐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한 젊은이는 “얕은 곳에 가서 무슨 재미로 노느냐”며 되레 경찰관에게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폭포 주변에는 피서객의 출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이 쳐져 있었지만 이미 오래 전에 부셔진듯 뼈대만 남아 있었다.
이 계곡 위쪽에 위치한 일명 ‘출렁다리’ 부근도 수심이 3m가 넘는 곳이지만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수영을 하던 30대 남자 2명도 경찰관이 “고무튜브나 구명조끼를 착용하든지 다른 곳으로 가라”고 요구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피서객들의 안전불감증은 밤에도 계속됐다. 이날 오후 8시경 날이 저물고 있었지만 용추폭포 주변에는 남자 3명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경찰관이 “어두워지면 깊은 곳이 보이지 않아 위험하다”며 빨리 나오라고 말했지만 “깊으면 얼마나 깊겠느냐”며 고집을 피웠다.
가평경찰서 읍내파출소 최창진(崔昶軫·32) 경장은 “용추계곡은 여름철이면 3만여명의 피서객이 찾는 곳으로 해마다 1, 2건의 익사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안전불감증 때문에 대형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 경장은 “태풍 ‘라마순’이 올라왔을 때 계곡 물가에 텐트를 친 피서객에게 철거하라고 요구했더니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대들었다”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피서객들을 강제로 끌어낼 수도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가평〓손효림기자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