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여고 교사 첫 중징계

  • 입력 2002년 7월 18일 17시 09분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달 교내 성희롱 근절대책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여학생들을 수년 동안 성희롱해온 서울의 한 여고 체육교사가 중징계를 받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8일 “서울 모 여고 체육교사 J씨(46)가 학생들에게 수년 동안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언행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학교 재단에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성희롱 논란은 J씨가 4월 체육수업 중 2학년 여학생(17)의 엉덩이를 손으로 건드리며 “내가 아기를 낳게 해줄까”라고 말했다가 피해 여학생이 이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J씨는 96년 10월10일자 동아일보 ‘독자의 편지’란에 “체육시간에 학생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바지 지퍼를 올려달라고 한다”는 학생의 투고가 실리는 등 여러 차례 성희롱 문제를 일으켰지만 그때마다 혐의를 부인했고 피해자도 적극 나서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피해 학생이 실명으로 성희롱 피해 사례를 공개한 뒤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나서 피해 사례를 잇달아 폭로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이 학교 학생회가 지난달 2, 3학년생 3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J씨에게서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말과 행동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50%를 넘었고 재학생 9명, 전학생 1명, 졸업생 2명 등이 시교육청 조사에 응해 성희롱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조사 결과 J씨는 “우리 2세를 만들어야지” “같이 옷 갈아입으러 가자” “여름방학 때 비키니 수영복을 준비해서 함께 수영장에 가자”고 하는가 하면 “집으로 놀러오라며 엉덩이를 쳤다”는 등의 증언이 쏟아졌다.

이 학교 교장은 “96년부터 성희롱 문제가 제기됐지만 제보만 있고 피해자가 나서지 않아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시교육청의 징계 요구에 따라 J씨를 직위해제하고 법인 징계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J씨는 이날 오후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학생들에게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해 ‘사랑한다’ ‘집에 놀러 오라’는 등의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신체적 접촉이나 성희롱을 한 적은 없다”며 “학생들이 나를 모함하기 위해 꾸며낸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 교사의 처벌에 대한 의견쓰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