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한 돈'이라면 왜 숨겼나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1분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국가정보원과 직접 돈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홍업씨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홍업씨의 비자금 관리 및 돈 세탁은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와 김병호(金秉浩)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국정원 측에서 홍업씨에게 건너간 돈은 5000만원. 홍업씨는 이 돈이 국정원에 연구보고서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정당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 돈의 흐름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홍업씨는 2000년 2월말 국정원에서 받은 수표 대신 개인돈 5000만원을 아태재단 계좌에 입금했다. 그리고 국정원에서 받은 수표는 1년 이상 따로 보관하다가 김성환씨에게 건네졌다.

국정원과 정상적인 거래 관계를 통해 받은 ‘떳떳한 돈’이라면 이렇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의 출처를 숨길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홍업씨가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아태재단에 국정원 돈이 흘러 들어가면 오해를 살 것이 분명한데도 굳이 국정원에 보고서를 제공하고 돈을 받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 돈이 정상적인 거래 관계로 위장한 다른 용도의 돈이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정원이 아태재단이나 홍업씨에게 건넨 정치자금이거나 국정원을 통해 세탁된 돈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와는 별개로 홍업씨가 청탁의 대가로 다른 경로를 통해 받은 돈일 수도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5000만원보다 더 많은 돈이 국정원에서 홍업씨에게 건네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김병호씨가 작성한 ‘국정원 5억원쯤? 1억원짜리도’라는 내용의 메모가 이번 거래와 관련이 있는지도 정밀 조사하고 있다.

이런 정황들을 고려할 때 홍업씨와 국정원 사이의 돈 거래 과정과 규모 등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또 한 차례 파장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아태재단 자금 거래 의혹
명 목
(김홍업씨 측 주장)
금 액수사 상황의혹 사항
개인간 대차33억원홍업씨가 김성환씨에게 18억원을 전달하고 김성환씨가 홍업씨에게 15억원을 전달한 사실 확인-홍업씨가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를 실제로 소유하고 비자금을 관리했을 가능성
-비자금 출처 및 조성 경위
환전28억원홍업씨가 김병호 아태재단 행정실장에게 돈 세탁을 지시한 경위를 확인 중-홍업씨 비자금의 출처
-자금 세탁 경위
재단 공사비5억원김성환씨가 홍업씨에게 전달한 사실 확인-김성환씨의 돈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한 배경
연구비1억원김성환씨의 돈으로 지급된 사실 확인-김성환씨의 돈이 재단에 흘러들어 간 이유
연구용역비5000만원홍업씨가 국가정보원의 돈을 사용한 사실 확인-국정원을 통한 자금 세탁
-국정원이 정치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
-국정원의 대북 사업비 전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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