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위 조사방식 논란…당사자에 소명기회도 안줘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41분


부패방지위원회(강철규·姜哲圭 위원장)가 3개월 전 검찰에 고발했던 전현직 고위 공직자 3명의 부패 혐의가 모두 무혐의 처리됨에 따라 부방위의 조사 방식 및 권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1부는 부방위가 3월30일 전직 검찰 고위간부 K씨와 현직 검사 L씨, 헌법기관의 장관급 인사 L씨 등 3명을 고발해 3개월 간 수사한 결과 고발 내용이 사실과 달랐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부방위의 고발 내용이 부정확하고 일방적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방위 강 위원장은 올 3월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검찰 고위간부 K씨와 현직 검사 L씨, 헌법기관 장관급 인사 L씨 등 3명의 부패 혐의를 공개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부방위는 “권력 기관 간부인 당사자들이 신고 내용을 알면 ‘배경’을 동원해 막으려는 시도 등을 할 우려가 있어 알리지 않고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방위법은 부방위가 제보자와 참고인을 조사할 수 있지만 고발된 당사자에 대한 조사는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소명을 들을 수는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방위는 신고자 측의 제보내용만 조사했기 때문에 고발내용이 일방적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실제 고발내용 가운데 헌법기관 장관급 인사 L씨가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는 신고인의 주장 외에는 입증할 단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신고인과 참고인들의 진술이 배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전직 검찰 고위간부 K씨가 배달받았다는 카펫은 고발 내용처럼 3000만원 상당이 아니라 200만원대의 중국산 카펫이었고 K씨는 카펫을 배달받은 바로 다음날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현직 검사 L씨가 고발당한 인사청탁을 위한 카펫 전달 혐의 등도 사실 무근이거나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3개월 간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현장 검증, 관련 물품 압수수색, 고발 당사자 조사 등을 거쳤지만 혐의를 뒷받침할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부방위가 고발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피고발인의 직위와 근무처 등을 상세히 공개해 사실상 피고발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하고 전직 검사까지 고발한 것은 법 위반이자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부방위법은 부방위 관계자가 직무상 취득한 기밀을 누설하지 못하게 돼 있으며 현직 공직자만을 고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방위는 피고발인에게 반드시 소명기회를 줘야 하며 조사 및 고발은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확인될 때까지 비공개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부방위 고발 사건 검찰 수사 결과 및 근거
피고발자고발 내용수사 결과근거
헌법기관 장관급 인사 L씨부하 직원의 인사 청탁과 관련해 652만원 상당의 현금 및 향응 제공받음혐의 없음신고인 진술 외에 혐의 입증할 근거 없고 신고인 진술의 신빙성 낮음
전직 검찰 고위 간부 K씨인사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짜리 카펫 받음인사청탁과 무관한 카펫이 배달돼 그 다음날 돌려줬음
현직 검사 L씨사건 이해 관계자에게서 향응 및 고급 의류 무상으로 받고 K씨에게 인사 청탁하며 고급 카펫 전달향응 접대와 카펫 전달은 사실 무근, 사건과 무관하게고급의류아닌 티셔츠 등 받고 대가 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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